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해 워싱턴을 찾은 의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골프였다. 23일부터 이틀간 열릴 감사를 위해 국회 통일외교위원회의 국감반은 이틀 전에 이 곳에 도착했다. 다음날은 일요일.박명환(朴明煥)위원장등 3명의 의원은 이를 핑계로 골프장으로 나섰고 이들의 안내는 피감기관인 대사관측이 맡았다. 감사일정을 미리 알렸을 게 분명한 상식으로 미루어 골프예약도 대사관측이 미리 해 놓았을 것이 틀림없다. 이러고도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 지 의문을 품고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국정감사 별 것 아니네.”감사가 모두 끝난 후 대사관의 외교관이 내뱉은 촌평이다. 이번 감사에서 대사관에 따질 현안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감사가 조명록(趙明祿)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에 이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체류 중에 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엇이 감사쟁점일지는 금세 나온다.
최근 한미간의 정책공조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노근리학살사건과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협상 등도 현장감사의 빼놓을 수 없는 이슈들이다.
감사는 솜방망이 질의로 시종했다. 어떤 의원은 양성철(梁性喆)대사 감싸기에만 바빴다. 난처한 질문엔 비공개 별도답변이 속속 받아들여졌고, 감사도중 점심식사땐 서로간 덕담이 만발했다.
골프를 친 의원들은 이를 확인하려 하자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했다. 의원들의 나들이엔 1등석 비행기 표가 제공되는 등 적지않은 경비가 세금에서 나간다. 이런 `물감사'가 해외에서까지 횡행하는 현장을 보면서 제2의 IMF 소문까지 나도는 한국의 국민들이 떠올랐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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