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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로동 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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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로동 연가(戀歌)

입력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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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밑거름으로 라면-소주-병역이 꼽히기도 한다.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소주로 고단한 삶의 애환을 달래면서 “까라면 까는” 군대정신으로 생산목표를 향해 돌진한 결과라는 것이다.물론 그 주체는 `블루 칼라'근로자들이었다. 사회적 냉대와 최저 생계에 갇혔던 당시 근로자들의 참담한 생활상은 `공돌이, 공순이'라는 자기 비하적 표현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한 근로자들의 1번지가 바로 구로공단이었다. “공단의 연기처럼 희미하게 스러져 가는 빛 바랜 작업복/진땀에 시드는 그늘 속의 노동자/4천원 일당에도 정에 정이 넘치는/구로동 어두운 뒷골목 소리없이 외치는 너 외치는 너/그래도 꿋꿋이 살아보자 내일이 있으니 내일이 있으니”

이 같은 가사의 노래극 `구로동 연가(戀歌)'나, 소설로 나와 영화도 만들어진 `구로동 아리랑'은 그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기도 했다.

■세월의 힘에 밀려 구로공단도 이제 많이 변모했다. 근로자 수가 한창 때의 3분의 1로 줄었고 수출 메카 역할도 무너져 과거의 영화(榮華)가 무색하다. 90년대 이후 입주업체들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 폐가(廢家)처럼 되어버린 빈 공장들이 널브러져 있다.

주경야독하던 또순이들이 둥지를 틀었던 공단인근의 단칸방 `벌집촌'도 내년께 완전히 철거된다고 하니 그 시절 눈물겨운 추억의 흔적마저 사라지게 됐다.

■그런 구로공단이 거듭나기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어서 여간 반갑지 않다. 주업종이 `굴뚝'에서 첨단으로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15층짜리 초 현대식 벤처복합센터까지 완공돼 상전벽해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에 걸맞게 내달에는 공단의 문패가 정식으로 바뀌게 된다고 한다. 땀과 눈물이 밴 `구로공단'을 아쉬워할 옛 근로자들을 위해 때맞춰 따뜻한 행사라도 여는 배려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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