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면책특권을 갖는 국회의원이라도 특정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23,24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특정기업에 대한 사형선고에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의원은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특정 대기업을 거명, “즉시 워크아웃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술 더 떠 “H 화학은 독자생존도 외자유치도 어렵다. H 전자는 더 큰 유동성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이 좋아 기업개선작업이지, 워크아웃은 기업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워크아웃 얘기가 도는 순간 자금줄은 끊어지고, 거래선도 돌아선다. 문제의 대기업은 한국경제의 아킬레슨건(腱)이다, 좋든 싫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유리그릇 같은 존재다.
김 의원은 서강대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한미은행장,재무부장관,경제부총리를 지냈고 삼성생명과 포철의 회장을 역임했다. `기업신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만한 경제원로가 공개석상에서 특정기업 신용에 큰 상처를 줄만한 발언을 던진 의도는 뭘까.
뒤이어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도 “후순위채 조달분을 제외하면 국제결제은행(BIS) qm 기자본비율 8% 초과은행은 7개 뿐이다”며 국내은행들의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후순위채도 빚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해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산정했고 무디스나 S&P까지도 공인하는 은행 자기자본비율을 굳이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기관이나 기업체에 있어 신용은 생명이다. 면책특권이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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