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가 대북 현안인 `일본인 납치' 의혹과 관련한 문제 발언(22일자 국제면 보도)으로 4월 정권 출범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중요한 협상 카드를 공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 경솔한 언행에 대한 여론과 야당의 질타가 빗발치고 있는 데다 자민당에서조차 강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서둘러 불을 끄는 과정에서 당정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고조시키고 있다.
모리 총리는 24일 자민ㆍ공명ㆍ자유당 등 연립여당 간사장을 만나 자신의 발언으로 문제가 된 `제3국 발견 방식'은 3년전 연립여당 방북단의 일원이었던 나카야마 마사아키(中山正暉) 의원이 개인적으로 밝혔던 것으로 자신이나 정부의 생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연립여당 간사장들은 “국회에서의 야당 공세에도 그런 식으로 대응하라”고 조언, 해명을 받아 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아침 항의차 총리관저를 방문한 나카야마 의원은 모리 총리 주변을 싸잡아 “거짓말쟁이 3총사”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것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더욱이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외무성 사무차관이 이날 아침 뒤늦게 모리 총리 변호에 나서 “문제의 발언은 사무~? 조정을 거친 것”이라고 밝혀 당정간의 손발이 전혀 맞지 않고 있음을 노출했다.
민주당과 공산당 등 야당은 연일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관방장관의 우익 인사 교류 의혹과 함께 모리총리의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더욱 골치아픈 것은 자민당내의 비판론이다.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이 정면으로 총리의 경솔한 언동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의원 등 소장파들이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간사장은 이같은 소장파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내에 발언의 자유가 있다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지만 소장파 의원들의 기세는 쉽사리 수그러들 전망이 아니다. 24일 아침의 자민당 총무회에서 이시하라 의원 등은 더욱 강한 비난 자세를 보였다. 본격적 퇴진론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있어 모리 총리를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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