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ㆍ일 3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0레바논 아시안컵서 나름대로 성적을 내고 있으면서도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우선 이란에 2_1로 역전승하고 4강에 진출한 허정무 감독은 성적과 달리 경기내용면에서 아직은 팬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허 감독에 대한 여론은 쿠웨이트와의 조예선 패배를 계기로 크게 나빠졌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이란에 연승을 한 뒤 팬들의 비난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으나 플레이스타일이 너무 단조롭다는 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내용을 볼 때 2002년 월드컵때 과연 한국축구가 16강에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필리페 트루시에 감독은 아시안컵서 최강의 전력을 선보이며 8강에 올랐지만 일본축구협회와의 불화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는 이라크와의 8강전을 앞둔 24일 “아시안컵서 우승하더라도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일본팀 감독직을 그만둘 것”이라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98년 월드컵이후 일본대표팀을 맡아 청소년선수권 준우승, 시드니올림픽 8강의 성적을 올린 그가 이렇듯 극단적인 발언을 한 것은 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못 얻고 있기때문.
일본기자들은 일본협회가 트루시에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면서 2002년 월드컵때까지 임기를 확실히 보장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체코의 벵겔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트루시에가 반발한 것으로 분석한다.
또 중국 언론으로부터 계속 공격을 받고 있는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중국의 2002년 월드컵 본선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 조예선 쿠웨이트와의 마지막 경기서 비기기 작전을 펼쳐 비난을 받았다.
이들 극동 3개국 감독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상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허정무 감독은 앞으로 전술과 경기내용면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 즉 2002년 월드컵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협회와의 갈등을 극복해야 하며,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중국을 최소한 이번 대회 결승까지 끌어 올려야 신임을 확보할 수 있다. 세 감독 모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의 입지에 이번 아시안컵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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