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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6개월만에 나들이 "그래, 사는게 무엇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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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6개월만에 나들이 "그래, 사는게 무엇이더냐"

입력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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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있는 서정성으로 시청자를 사로 잡는 TV문학관이 6개월 만에 안방극장을 다시 찾는다.25일 방송할 TV문학관 `그곳에는 바람이 있었네'는 브라운관에서 모처럼 `행간(行間)'을 읽는 여백의 미를 전해 준다. 원작은 강석경의 `석양꽃'. 금정암이라는 암자를 배경으로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잔잔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다.

동네 망나니였다가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출가한 동암(김준모), 소주를 입에 달고 살며 상소리도 예사로 해대지만 늘 깨달음에 목말라 하는 영명(박지일), 이들이 기거하던 조용한 암자에 잘못된 사랑으로 심신이 황폐해진 교사 의선(정애리)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들의 구구한 사연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깊은 산사의 물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삶은 탁한 강물 속에 빛나는 푸른 하늘처럼 괴롭고 견디기 어렵다 하더라도 떠나가는 것'이라는 김지하의 시처럼, 침전된 삶의 이면은 더욱 쓰디쓰게 다가온다.

부옇게 동터오는 산사의 새벽, 맑고 세찬 물줄기로 심신을 닦아주는 폭포 등 주왕산, 월출산, 지리산 등에서 촬영한 가을 산의 적요한 풍광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6개 시도를 전전하며 촬영을 강행한 제작진의 땀이 보인다.

수묵화에 한 줄 걸친 한시(漢詩)처럼 풍경을 완상하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곱씹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 강한 캐릭터와 빠른 스토리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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