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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사채업-제3금융권 '삼각유착' 경제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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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사채업-제3금융권 '삼각유착' 경제 멍든다

입력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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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사채, 그리고 이른바 제3금융권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삼각 유착'이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 이미 뿌리깊이 만연화한 이들의 유착관계는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내몰렸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불법 행각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제3금융권의 모태는 사채업 지금은 구조조정 회오리의 한 복판에 서 있지만 신용금고는 음성자금의 피난처였던 사채업의 양성화 차원에서 1970년대에 적극 육성됐다.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던 사채업자들은 이때부터 `합법'이라는 울타리 아래 신용금고 사장으로 대거 변신했다.

160개의 신용금고 중 아직까지 사채업자 출신이 대표이사 직을 갖고 있는 업체는 10여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대주주로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는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도 명동 사채업자 출신으로 어음을 할인해주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 사장을 통해 금고업으로 전환해 현재 동방금고 지분 11%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벤처 활황과 함께 번창 일로에 있던 사(私)금융기관인 벤처캐피탈 역시 사채업자들의 양성화 통로로 이용됐다.

설자리를 잃어가던 사채업자들이 자금에 목말라하던 벤처업체가 늘어나면서 `벤처의 돈줄'인 벤처캐피탈로 과감히 변신을 시도한 것. 여기에 하루 아침에 `떼 돈'을 번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경영난에 시달리던 신용금고의 지분 인수에 나서 경영권을 좌지우지 하는 등 확고한 삼각편대가 구축됐다.

구조적 문제가 화를 부른다 4월 문을 연 유아용 소프프트웨어 개발 관련 벤처업체 A사. 금융권과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자 B창투사 등 3개사에서 20억원을 지원받았다.

문제는 6개월이 지난 이달들어서도 영업실적이 전무하자 창투사들이 잇따라 자금회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A사 김모(32)사장은 “어떻게 불과 6개월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며 “사채업의 냉혹한 논리가 벤처캐피탈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사의 사례는 요즘처럼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사채업을 기반으로 한 벤처캐피탈 역시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사채업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 벤처 양성이 아니라 오히려 벤처 목죄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채업을 전신으로 하는 신용금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들어 벤처기업의 경영 참여가 늘어나면서 사(私)금고화하는 것은 물론 벤처의 흥망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결국 선의의 투자자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고있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全曉贊)연구원은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은 설립이 용이하고 감독망에서 벗어나 있어 `합법을 가장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이 스스로 판단해 퇴출시킬 수 있는 정제능력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연결고리는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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