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적 순정, "나도 저런 사랑을`건들건들하고 반항적이지만 순정을 간직한 부잣집 아들'이라면 일단 눈길을 끌 만한 캐릭터이다. 더구나 그가 사랑을 빼앗겨 상처투성이가 되었다면 애틋함은 한결 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KBS 게시판에는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 두 주인공보다 태석(원빈)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호텔 주인의 아들로 종업원 은서를 지극히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얻지 못하는 태석은 어쩌면 `가을동화' 가 갖는 매력의 핵심이다. 닿을듯 말듯, 이어질듯 말듯 하는 안타까움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서정이기 때문이다.
태석은 `가을동화'가 MBC `아줌마'를 제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30~ 40대 여성들 사이에 `가을동화'의 시청률이 `아줌마'보다 5%가량 더 높다. 아름다운 화면과 동화적인 서정보다 태석의 존재가 그들의 눈길을 잡는다.
은서로부터 “단 한번도 오빠를 사랑한 적 없다”는 야멸찬 소리를 듣고 , 깊은 밤 술에 취해 연락도 안 되는 은서의 휴대폰에 애절하게 감정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에 여성 시청자들은 가슴이 메인다. 그 감정이 은서와 준서의 그림 같은 사랑보다 더욱 강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유미(한나나)를 버린 준서와 태석을 버린 은서의 사랑은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태석의 매력은 `결핍'이다. 반항적이고 건방진 겉모습은 여린 속내를 감추기 위한 껍데기일 뿐,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는 그 장벽이 순간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누구보다 뜨거운 감정을 쏟는다. 그런 모습은 일찍이 KBS 주말드라마 `꼭지'에서 8살 연상의 다방 마담 상란에게 `아줌마, 아줌마'하며 애정을 갈구하던 `명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빈 신드롬'이라 불러도 좋을 그에 대한 열렬한 지지는 자신들과 상란을 동일시하는 데서 우러나오는 안타까운 모성 본능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현실의 나를 다시 보기보다는 그림 같은 사랑에 빠져 펑펑 울고 싶다” 는 한 시청자의 말처럼, 태석은 팍팍한 생활에서 잃어버린 가슴 설레는 낭만의 상징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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