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스님 4년만에 개인전“달마 그림은 수행의 그림이야. 정신을 맑게 하지”
1996년 개인전 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걸레 스님' 중광(65)이 화단에 모습을 드러낸다. 25일부터 내달 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중광 달마전'에서 달마그림 40점, 유화 20점, 도자기 40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10여년전부터 그렸다는 달마 그림을 대규모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서울 근교 곤지암의 한 민가에서 7년째 칩거해 오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는 달마는 98년 백담사에서 집중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기행으로 몸도 마음도 무너져내렸을 때 그가 택한 것이 그림을 통한 달마와의 대면이었다고 한다. 참선과도 같았다.
막걸리통에 소주를 담아 벌컥벌컥 마시고, 줄담배를 피던 시절에 몸이 붕붕 떠서 작품이 잘 됐다고 회고하던 그는 “이제는 술 담배도 끊고, 여자도 졸업했다”며 웃는다. “달마는 술 담배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참선하며 그린 깨달음의 그림이야.” 그는 이제 삶을 비워내는 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요즘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고 무슨 즐거움에 사느냐고 했더니 “조심하는 것, 자신한테 조심하는 거”라고 대뜸 말했다. 생전에 조심하지 않고 살아서인지 요샌 그게 그렇게 즐겁다며 슬며시 웃는?다. 기력은 많이 쇠잔해졌지만, 웃을 때는 여전히 아이 같았다. 거기에 묘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전시회 부제는 `괜히 왔다 간다'다.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는 인생인 것이다. 최근 잡은 화두도 `바람'이라면서 그는 “내가 바람이라고 떠들지만 아직 바람은 한번도 못 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했더니 “공부할 거”라고 했다. “쉬는 공부야. 쉬는 공부도 얼마나 어려운데”
건강이 나빠지면서 조울증을 보여 왔다고 측근들이 전한다. 작가도 기력이 약해져 대형 유화보다는 달마도 같은 선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달마도 40점에 담긴 달마는 모두 다르다. 짚신이 한짝 달린 장죽을 메고 가는 `싱거운 달마', 웅크린 자세로 달을 등지고 앉은 `옹심 달마', 커다란 등에 작은 뒤통수만 보이는 `면벽 달마' 등 40명의 달마가 40개의 깨달음 위에 앉아 있다. (02) 720-1020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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