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돼 국ㆍ내외 승객들의 불편이 하루로 끝난 것은 다행이다. 조종사 파업이 국가와 개인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 이번 사태의 해결이 비록 미봉책이라 해도 그 엄청난 파장이 최소화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발 빠르게 중재안을 내놓아 타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노동부의 역할이 눈에 띄었다. 특히 김호진 장관이 밤 늦도록 현장에서 협상 중재를 지휘한 것은 책임행정의 좋은 사례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너무 많은 문제점이 노정돼 노사평화가 얼마나 유지될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만한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조종사들이 꼭 파업이란 마지막 수단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종사들은 “같은 일을 하는 외국인 조종사들에 비해 급여와 근무여건 등에 차별이 심하다”고 말하지만 연봉 8,000만원(보잉744 선임기장)이 넘는 고소득층의 집단행동은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당장 대한항공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를 대변해 준다.
조종사들이 대리급 일반직원 한달치 급여(120만원)를 수당으로 더 받게 된 협상결과에 대해 “조종사만 직원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직종간의 갈등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 직장 두 노조 문제다. 지난 5월 결성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의사항의 법적 효력 문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조종사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기존의 대한항공 노조는 노동부를 상대로 조종사노조 신고수리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1차 선고공판(24일) 직전에 회사측이 이중노조를 인정함으로써 1사 2노조의 갈등을 예고한 셈이다.
조종사노조는 이 미묘한 타이밍을 의식해 기존노조가 승소하더라도 회사측은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들고 나왔고, 회사측은 법적인 문제이므로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노사 담당자는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불이행시 담당자가 민ㆍ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절충안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대해 노동부는 기존 노조와 조직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설립 신고필증을 내주었다.
기능별 노조를 인정한 이 해석은 이중노조 금지원칙에 위배돼 즉각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든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의 노사 3자 관계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안한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당사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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