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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민부담 없이 위기해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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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민부담 없이 위기해결 없다

입력
200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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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대한 국제기구나 외국의 평가는 대체로 높다. 한국은 IMF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오늘의 한국경제를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것이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는 성장물가 국제수지 등 세 가지의 지표가 모두 다 양호하다. 올해 경제성장은 8%, 물가는 3%, 그리고 외환보유고는 900억 달러 내외에서 지켜 질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돈줄은 막히고 체감경기는 얼어붙어 있다. 주가는 반토막이 나 있다. 그래서 IMF사태와 같은 위기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왜 그러는 것인가.

그 원인은 산업과 금융간의 부실화 악순환에 있다. 기업이 도산하면 그 부채는 그대로 으행부실로 전가되고, 은행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신규대출은 끊고 나간 자금은 회수를 서두르고 있으며, 증권시장에서는 주식을 사지는 않고 보유주식을 팔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금줄은 막히고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그리고 경제의 지수와 체감이 서로 다른 것은 산업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약기업들이 도산하면 성장은 오히려 촉진될 수 있지만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쌓이게 되고, 남은 인력을 해고하면 경제는 튼튼해지지만 체감경제는 나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 경제위기의 본질은 기업 도산으로 인한 부실요인이 우리경제가 감당하기에 벅차다는데 있으며, 이는 곧 대우사태가 문제의 핵심임을 뜻하는 것이다. 대우문제만 없었다고 한다면 부실채권을 감당하는데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대우는 100조원이 빚을 남겼다.

IMF사태 직전에 넘어진 기아가 남긴 빚의 1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약 60조원은 국민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순부채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 1인당 150만원에 해당하는 것이니 4인 가족의 가구라면 집집마다 600만원씩을 부담해야만 대우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계산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위기감은 그러한 부담과정에서 나타나는 아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금융 위기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금융위기에는 금융부실화로 인한 국내신용위기를 뜻하는 대내적인 것과 여기에 외환위기가 겹쳐 대외신용까지 무너지는 대외적인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금융위기는 어디까지나 대내적인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부실요인의 대내적인 국민부담을 통해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 날 우리경제는 이러한 대내적인 금융위기를 수 없이 겪고 이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왔다. 그리고 부실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발권력에 의한 부실은행 지원, 1973년 사채동결 조치등은 그 당시 상황에서의 국민부담 행위였던 것이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금융부실의 해결에 불가피한 국민적 부담을 결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과 금융의 부실악순환은 그 부실규모에 상응하는 국민적 부담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이 부담하는 방법에는 조세부담, 통화증발과 인플레, 국가부채 증가, 그리고 관련산업의 연쇄도산과 실엄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조속한 결단을 내려 이 문제를 마루리해야 한다.

산업과 금융의 부실악순환을 국민적 부담을 통해서 극복한다는 것은 그만틈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우리경제는 내팹체제와 저성장을 받아들이고 그 대신 물가와 국제수지의 안정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

박 승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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