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미국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23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50년 적대관계 청산과 국교 정상화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 `큰 담판'을 시작했다.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미국의 관리로서는 최고위급인 국무장관이 `적진'에 들어가 최고 통치자와 대좌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화두는 조명록 특사의 방미 후 급진전하고 있는 양측간 관계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해 상호 관계의 `중대 진전'을 이루기 위한 큰 틀의 대화로 옮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브라이트 장관이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이 북미관계 개선의 선결 요건이라는 미국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미국의 `충분한 보상'만 있으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 `진지한 검토' 결과 나온 것임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대화 스타일로 미루어 미사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통 크게' 충족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 조정관도 평양으로 가는 특별기에서 “우리는 북한이 모종의 매우 중대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말해 이 날 만남에서 `빅 딜'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두 사람 대화의 중심이 미사일 문제의 타결보다는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신중론도 많다. 조 특사의 방미 후부터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시점까지 북미간에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경우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 위원장간의 회담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 조건에 대한 북측의 확약을 받아내기 보다 그의 평양 방문 때 북한측이 핵심사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응할 준비가 돼있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두 사람은 테러지원국 해제 및 그에 따른 대북 경제지원 방안과 북미 수교 조건 등에 대해서도 깊숙한 얘기를 나눔으로써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떠날 때 발표할 `중대 진전' 사항을 미리 준비해 두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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