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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도서' 공론화부터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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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도서' 공론화부터 했어야

입력
200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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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교류와 대여원칙에 따라 한국과 프랑스 간에 외규장각 도서문제가 일단 합의됐지만, 이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현재 프랑스가 보유한 어람용 의궤 유일본 64권을 포함해 모두 297권을 돌려 받는 대가로 비어람용 의궤 복본을 주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의궤 대부분을 보유한 서울대 규장각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병인양요 시기 이후 제작된 어람용 의궤 몇 권을 제외하면 국내에는 대부분 비어람용 의궤만 남아 있다. 이 중 서울대 규장각이 2,500여권,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장서각이 70여권을 보관중이다.

의궤 대부분을 보유한 서울대 규장각이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는데 우리 문화재를 내주는 이번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이상, 교환은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협상을 중지하라”고까지 말하며 맞서고 있다.

서울대 규장각 관장인 정옥자 교수는 “규장각 운영위원회를 열어 결정해야겠지만,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합의 당시에도 교환을 위해 책을 내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거부했었다”며 “이번에도 어떤 일이 있어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우선 교환대상인 유일본 64권에 한해 한상진 협상 대표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장서각이 보유한 책으로 교환할 수는 있지만 감정의 골만 남게 될 뿐이다.

“약탈 문화재를 무상 반환한 사례는 거의 없다. 현실적인 관계에서 협상에 임하려면 무엇가를 줄 수 밖에 없다”는 협상대표측의 입장도 있지만, 문제는 그토록 많은 논란을 겪은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의견들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오기만 했지, 7년동안 제대로 된 공청회, 세미나 한번 없었다.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협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그 원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협상주체가 이 문제를 쉬쉬하기만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협상도 사실은 7월 3차 전문가 협상에서 이미 구두로 합의된 내용이었지만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대통령 합의 때부터 `상호교류와 대여'원칙이었다고 하지만 이것조차 최근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많은 혼선을 빚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주무부처인 외무부 담당자들도 자주 바뀌는 등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문제다”며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의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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