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中국방 평양 동시체류북한의 `양다리 걸치기'인가, 아니면 중국의 대미 `견제구'인가. 북미 관계 일정과 북중 관계 움직임이 절묘하게 겹치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23일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일행이 25일까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 22일 평양에 온 츠하오텐(遲浩田)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겸 국방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 군사대표단도 27일까지 북한에 머문다.
미국측의 방문이 50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국측은 1950년 중공군의 참전을 기념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 50주년(25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반도에서 총부리를 겨누었던 두 강대국의 대표단이 평양에서 함께 체류하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이 조명록(朝明祿) 특사를 워싱턴으로 파견, 북미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꾀하던 9일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고위관료들을 이끌고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을 전격 방문, “북중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 전개는 우연의 일치라기 보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ㆍ중의 힘겨루기가 표면화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족통일 연구원 신상진(申相振) 박사는 “중국은 북미관계 개선을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큰 흐름에서 지지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힘겨운 생존 외교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한도 `중국 카드'를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국제 역학관계와 북한의 의도가 맞물려 평양이 외교무대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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