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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다시 '암흑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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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다시 '암흑 상태'

입력
200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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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이전의 `암흑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스라엘은 22일 7년간 계속된 중동평화 협상과정을 일방적으로 전면 중단하는, 이른바 `타임아웃(time out)'을 선언했다.이에 대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우리는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의 수도인 예루살렘을 향해 계속 걸어갈 것”이라면서 “바라크는 지옥으로 꺼져라”라고 힐난했다. 양쪽 모두 평화노선을 포기하고 언제 끝날지 모를 폭력과 전쟁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테러 위협의 증가이다. 이미 자살 폭탄테러 등으로 숱한 인명 피해를 유발한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단체 하마스 등은 그 동안 삭여온 복수심을 실천에 옮길 태세이다.

지금껏 팔레스타인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아라파트 수반도 이제 과격 행동파들을 제어할 명분을 잃었다. 미 구축함과 영국 대사관이 공격 받는 최근의 사태는 유혈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를 예고해 주고 있다.

테러나 인티파나(봉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제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이 통치해온 지역을 재점령하는 암호명 `가시밭' 시나리오를 실행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크 총리가 강경파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와 비상 거국내각을 구성할 경우 이스라엘은 과거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이 다음달 15일 이전에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국가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 태세를 더욱 조이고 있다.

이 경우 새로운 중동전쟁이 발생할 우려가 점점 커진다. 팔레스타인은 무장 경찰 3만명 정도가 유일한 병력이기 때문에 전면전이 불가능하지만, 아랍권이 `지하드(성전 聖戰)'를 선언하고 공동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랍정상들은 22일 다국적군 요청과 팔레스타인 지원자금 조성에 합의했지만, 이슬람권 전역에선 며칠째 인티파다(봉기) 지원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레바논과 파키스탄에서는 수만명이 의용군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라크군 정예부대가 최근 이스라엘과 인접한 요르단 국경으로 이동한 사실이 포착돼 잠재적 위험경보가 이미 가동됐다. 또 이번 사태 와중에 발생한 헤즈볼라 게릴라들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가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비록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휴전협정이 와해됐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긴급 중동회담을 중재한 미국도 외교력의 한계를 노정했다. 양측이 `오슬로 정신'으로 돌아가기는 이미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는 지적도 있다.

아랍권의 격앙된 반이스라엘, 반미 감정은 석유를 무기로 서방을 압박하는 작전으로 이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벌어지지 않더라도 중동의 긴장 고조는 유가불안을 부추길 것이 확실하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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