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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초반 국감 / 지각… 중복질문·무성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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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초반 국감 / 지각… 중복질문·무성의 답변

입력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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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차례의 역대 국감 중 금년이 가장 맥빠진 것 같다.” 19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은 금년 국감의 `흉작'을 우려했다. 한건주의식 폭로가 줄고 정책질의가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새롭게 떠오른 쟁점은 거의 없다.과기정통위에서는 현정부 출범 이후 단골 쟁점이었던 도ㆍ감청 문제가 재탕 삼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행자위의 `경찰 편중 인사' 논란, 보건복지위의 의약분업 논란도 평소보다 더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 의원들의 중복 질문, 잦은 이석,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등의 구태는 여전했다.

19일 건교위의 인천국제공항공사 감사에서는 의원들이 10여시간에 걸쳐 중복 질문을 하는 바람에 정작 공사측의 답변은 40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진들이 대거 포진한 국방위와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의원들의 지각과 이석이 속출했다.

아셈 등 빅 이벤트에 묻혀 초반 국감은 같은 기간에 진행된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아셈에 모아진 탓에 의원들이 국감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아셈 관련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국감장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또 상당수 상임위가 아셈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주요 부처에 대한 감사를 뒤로 미뤘다.

남북관계를 다루는 통외통위는 19~20일 평통자문회의 등 부처 산하기관에 대해 감사를 한 뒤 해외 공관 감사에 나섰으며 통일부 등 주요 부처 감사는 막판에 하기로 했다.

방어 기술은 발전했으나 공격력은 제자리 국감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피감기관의 방어 기술은 날로 발전했다. 행정부 등 피감 기관들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뒷탈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자료를 준비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공격 기술은 제자리 걸음이다. 의원들은 피감기관에 요청해 받은 자료만을 분석, 질의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때처럼 행정부 자료에서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 터져 나올 리 만무하다. 행정이 과거에 비해 투명해진 데도 이유가 있다.

의원들은 금년에 역대 국감중 가장 많은 자료(총 6만 4,888건)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의원들이 현장을 찾거나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정책 문제점을 도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 대치 장기화로 국감 의미 퇴색 7월 하순 국회 운영위의 국회법 날치기 이후 이달초까지 여야가 2개월 보름 동안 장기 대치한 것도 국감 공방을 왜소하게 만들었다.

이번 국감의 주요 쟁점이 될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남북관계, 선거비용 실사 개입의혹 등은 이미 여야간에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됐었다. 때문에 행정부와 의원들간의 정책 공방은 덜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는 과정에 의원 보좌진은 나름의 준비를 했으나 의원들은 국감에 별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 또 야당은 현정부 출범 초에는 도ㆍ감청 및 편중 인사 문제 등 이슈를 부각시켰으나 집권 중반기인 이번에는 새로운 쟁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감 효용성 논란 국감이 시들해지자 정가 일각에서는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동시에 감사를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평소 상임위 회의에서도 행정부를 감시할 수 있으므로 국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은 국감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론이다.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국감 때문에 행정부가 평소에 법규를 지키고 큰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는 등 사전 예방 효과가 큰 게 사실”이라며 국감 제도 폐지 보다는 운영 방식 개선을 주장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국감시민연대 "15대보단 나아졌다"

국감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은 초반 국감에 대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의원들의 일방적인 연설식 질문 또는 중복 질의, 피감기관의 면피성 답변, 본질을 벗어난 여야의 정치공방에 따른 일부 상임위 파행, 재벌 봐주기 등 구태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시민연대' 측은 22일 “당리당략성 정치공방이나 일회성 폭로보다는 정책질의 중심으로 국감을 진행하려 애쓴다”며“15대 국회에 비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시민연대는 보건복지위와 행자위에 대해 각각 의약분업에 대한 정치공방보다는 성공적 정착을 위한 대안제시에 노력한 점, 신도시 난개발 등 현안을 발빠르게 다룬 점을 들어 타 상임위보다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현안이 산적한 재경위, 정무위가 시민단체 방청을 불허한 것은 시대착오라고 비난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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