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벌어진 조종사 파업은 단하루만에 국제ㆍ국내외선 항공교통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큰 위력을 보였다. 더욱이 파업은 앞으로 연례적으로 반복되거나 다른 항공사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대체할 인력이 없는 조종사들이 파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5월30일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 운항승무원노조'가 노동부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노조는 지난해 8월30일 출범했으나 비합법 상태로 남아있었다. 회사측이 총기 휴대를 이유로 조종사들을 서류상 청원경찰신분으로 묶어놓고 노조활동을 봉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먼저 신분을 조종사로 회복시켜 줄 것을 회사에 요구, 관철시킨 뒤 인가를 꺼리는 노동부측과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신고필증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합법적 절차만 거치면 얼마든지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게 됐다. 더구나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에 따르면 항공사는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를 내리거나 냉각기간을 갖도록 강요할 수 없다. 6월7일 법외노조를 발족시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도 조만간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인가가 날 경우 같은 파업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비록 파업은 하루만에 종결됐지만 여전히 `적정 임금수준'에 대한 시각차가 커 다시 시민의 날개가 꺾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긴급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항공사업장은 공공성이 큰 사업영역이므로 필수공익사업장에 준해 노동관계조정 법규를 적용,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불안감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도 법적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것인 만큼 항공운수산업의 안정과 노사간의 적정한 규범을 확립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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