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캐나다 타기시 호수에 추락 500여 운석올 1월 1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타기시 호수, 한겨울 추위로 얼어붙은 수면위로 검은 돌덩이들이 떨어졌다. 이 돌덩이들이 대기와 마찰하면서 발생시킨 열은 인공위성에 생생하게 잡혔을 뿐만 아니라, 그 연기를 목격한 인근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발견된 약 500개의 돌덩이 1㎏은 얼어있는 그대로 비닐봉지에 담아 영하의 상태로 보관돼 한 대학 연구소로 옮겨졌다.
타기시 호수의 운석은 그렇게 지구의 때를 전혀 묻히지 않은 채,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됐다. 사이언스지는 최신호에서 타기시 호수 운석에 대한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이전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2만여 운석들보다 더 충실하게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특히 생명체의 기원을 규명할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석은 우주의 비밀을 캐는 중요한 연구자료다. 운석의 모체나 다름없는 소행성은 지구등 다른 행성들과 동시에 생성되었으나 내부에 열원이 없어서 변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태양계 생성 당시의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나이가 46억년이라는 사실도 운석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최변각 교수는 “지구 암석으로는 38억년 전까지 밖에 밝히지 못했다”며 “화성 운석에서 화석화한 유기물질을 통해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최근에는 운석을 통한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타기시 호수에서 발견된 것들은 탄소질미분화운석(carbonaceous chondrite). 열이나 외부 화학물질에 의해 변성되지 않은 미분화 운석으로, 태양계 생성 초기 조성(組成)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탄소질미분화 운석은 그 중에서도 생명의 기원으로 알려진 유기물질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합하지만, 전체 운석 중에서 2%밖에 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다.
게다가 타기시 호수 운석은 운 좋게도 한겨울 얼어버린 호수 위로 떨어져 빠른 시일 내에 발견되고 저온에서 보관돼, 지구의 환경으로부터 전혀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운석의 궤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이를 역추적해 운석이 대기권 진입 전의 궤도와 우주의 어느 곳에서 왔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웨스턴온타리오대 피터 브라운 교수는 사이언스지에서 “태양계나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에 관련된 지식을 확장할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운석과 소행성
운석은 대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온다. 달의 파편일 수도, 행성의 파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운석은 소행성의 파편이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운석은 커도 직경 3~4m를 넘지 않는데, 운석이 충돌했을 때 생기는 충돌구는 운석 크기의 10~50배에 달한다. 직경 1㎞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기후 변화와 광합성 중지가 일어날 정도로 위협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
■운석과 한반도
1999년 일본에서 되돌려 받은 두원 운석(사진)은 현재 남한에 존재하는 유일한 운석. 기록상 한반도에 운석이 발견된 것은 3차례지만, 두원 운석만이 존재가 확인됐다. 그리고 해방 후로 남한에서는 단 한 개도 운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면적이 좁기 때문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 전체 지구 표면적에서 남한은 겨우 0.02%. 한 해 동안 지구상에 떨어지는 성인 주먹 크기 이상의 운석은 500~1,000개로 추정되니까, 남한에는 확률상 10년에 1~2개꼴로 운석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운석의 보고, 남극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은 2만 여 개. 절반 이상이 남극에서 발견된다. 특별히 운석이 남극에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남극에는 눈과 얼음에 파묻혀있던 운석이 얼음이 이동하다가 산맥에 막히면 그곳에 축적되고 표면에 노출된다. 쉽게 눈에 띠기 때문에 지구상 다른 지역보다 발견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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