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올브라이트 뭘 논의했나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23일 평양에 도착,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기로 함에 북ㆍ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대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목적은 12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북ㆍ미 공동성명'의 내용대로 북ㆍ미사이에 놓인 현안 전반을 논의하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있다.
클린턴 방북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한때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이 19일 `몇몇 중대한 진전'을 단서로 달면서 `조건부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클린턴의 방북 실현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양측의 입장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중대한 진전'이 필요한 현안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미사일 개발 문제 ▦연락사무소 개설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연락사무소 개설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외교 대표'운운하면서 다시 불거진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도 타협이 쉽지 않다.
연락사무소 개설은 1994년 제네바 핵회담에서 이미 합의됐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외교행랑의 판문점 통과에 대한 이견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평양의 심장부에서 성조기가 날리는 것을 용인할 수 있을 만큼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로 지적된다.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정보탐지력' 을 우려하고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
북한 조명록(趙明祿) 특사가 6일 성명을 통해 ▦모든 형태의 테러반대 ▦유엔 테러협약 가입의향을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양측은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문제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미 이룬상태다.
하지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인 요도호 납치와 관련된 적군파 4명의 추방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직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적군파 추방에 대한 이면 합의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은 북ㆍ미가 평양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목록의 우선 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문제
하지만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인 `미사일 개발 문제'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과 미국의 북한 로켓 발사 지원이 협상의 핵심이지만 양측 모두 이를 실천에 옮기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는 데 타결의 어려움이 있다.
임기를 불과 2개월 남겨놓은 클린턴 행정부의 추진력도 문제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 비용을 누가 물어야 하는 문제를 두고 한국, 일본 등과의 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사용할 강력한 카드를 쉽게 포기할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북한 군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올브라이트의 방북은 평양에서 가지고 올 `선물꾸러미'보다는 최고위층의 상호방문을 통해 50년 적대관계를 청산할 분위기를 성숙시켜 나가는 상징성에 우선적인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이 `중대 결심'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의 성공적 결실을 과시하고자 하는 미 행정부와 강경파인 공화당의 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실리를 챙겨두어야 할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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