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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쌍 "신혼여행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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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쌍 "신혼여행 망쳤다"

입력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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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파업 곳곳 홍역국내 초유의 항공파업 사태가 발생한 22일 김포공항과 각 여행사에는 환불과 항의소동이 잇따르고 역과 터미널은 여객기를 `바람맞은' 승객들이 대거 몰리는 등 곳곳에서 하루종일 홍역을 치렀다.

특히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신혼부부들은 항공편이 결항되자 발을 동동 굴렀고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아셈)와 관련, 방한했던 외국인들도 때 아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 공항 전광판은 온통 빨간불

`Cancellation(결항), Cancellation….' 이날 김포공항 항공안내 전광판은 온통 빨간 빛 `결항' 불빛으로 물들었다. 전체 384편의 대한항공편 중 365편이 취소되자 공항은 1만5,000여 예약 승객들의 격렬한 항의로 온종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일부 승객들은 “대체비행기가 올 때까지 못 간다”며 로비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식사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이끌고 이날 부산 관광길에 올랐던 일본 여행사 나카타 유지(永田雄治ㆍ35)씨는 “일본 대한항공 지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편을 알아주기로 했는데 서울에 오니 `처음 듣는 말'이라고 나몰라라 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결혼 31주년 기념으로 제주도를 관광하려 했던 김유태(59ㆍ경기 오산시)씨는 “평생 처음 아내를 위해 준비한 여행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아셈에 참석했던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아셈기획단의 도움으로 간신히 출국했고, 민간포럼에 참석했던 외국 비정부기구(NGO)대표 10여명도 출국이 어려워지자 시민단체 관계자가 급거 공항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전용 출국 수속장은 텅 비었지만, 아시아나 항공이나 외국 항공사들은 갑자기 밀려드는 항공권 예약 소동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 여행사도 환불요구 홍역

국내 여행사들도 대체항공표와 환불을 요구하는 여행객들로 홍역을 치렀다.

현대드림투어 관계자는 “21일부터 외국항공사와 연계, 신혼여행객을 위해 대체 항공표를 구하고 있으나 절반 이상은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공항에까지 나가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 역 ㆍ터미널 곳곳 매진사태

전국의 기차역과 터미널에는 항공편을 포기하고 열차와 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대한항공은 운항가능한 항공편이 25편에 그치자 아예 전담직원을 배치, 대체운송수단을 안내하기도 했다.

서울역은 오전 8시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등에 객차수를 늘리는 등 임시 열차를 마련했으나 몰려드는 승객으로 모두 매진됐다.

전국의 고속버스 터미널도 폭주하는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부산 고속버스터미널 관계자는 “표를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평소 주말보다 2배 가량 늘었다”며 “임시로 20여대의 차량을 증편해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여객선터미널에도 이날 평소보다 20배 이상 많은 200여명이 몰렸으나 배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승객들이 속출했다.

▲해외공항에서도 소동

해외 공항에서도 대한항공편을 예약해 놓은 외국인과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었는가 하면 화물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예약변경을 하지 못한 일부 승객들이 샌프란시스코 등을 경유, 서울로 가는 외국항공 노선을 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대한항공 뉴욕지점 관계자는 "적지 않은 승객들이 대한항공기에 무슨 결함이 있어 비행기가 못 뜨는 것으로 오해, 이를 해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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