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긴급 아랍정상회담에서 대(對)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이 발표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 이-팔 충돌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22일 회담폐막 직후 이스라엘 정부대변인 나흐만 샤이는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아랍회의 최종 결의안이 아랍세계에서 지혜의 승리였다”고 밝혔으나 곧바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총리가 “국내 정치상황을 재점검하기 위해 중동평화협상을 잠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라크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 후 몇몇 각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으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평화회담을 중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대표는 AFP와의 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방침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아랍세계에 대해 뺨을 때린 격이고 새로운 도전”이라며 “이는 평화회담과 아랍국가의 결정에 대한 바라크의 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아랍정상들은 정상회담 폐막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과 폭력행위를 일제히 비난하고 "유엔총회와 안보리가 다국적군을 창설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책무를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공동성명은 이밖에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범 처벌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유엔이 주관하는 팔레스타인 사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점령영토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주권 지지 ▦10억달러 규모의 팔레스타인 지원기금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분쟁의 책임이 이스라엘측에 있음을 지적하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으나 외교단절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이 다만 평화적 해결방안만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만 명시했다.
이스라엘과 무역대표부를 상호 교환하고 있는 카타르와 튀니지, 오만 등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행위에 항의해 무역대표부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1일 아랍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티파다(봉기)가 곳곳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150만명이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비롯 이집트, 레바논, 이라크, 파키스탄에서 지하드(성전)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의 12세 소년을 포함, 5명이 추가로 숨져 지난 3주일간 사망자는 128명, 부상자는 4,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카이로ㆍ예루살렘ㆍ인디애나폴리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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