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채만식 50주기올해는 한국 근대문학의 우뚝한 봉우리인 백릉(白菱) 채만식(蔡萬植ㆍ1902~1950) 선생의 50주기가 되는 해다. 염상섭의 `삼대'와 더불어 일제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양대작으로 꼽히는 `탁류'의 작가인 채만식의 작품세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이문구)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50주기를 맞아 `채만식 문학제'를 공동 개최키로 하고 28일 오후부터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추모 심포지엄을 연다. 또 채만식 도서 보급 및 독후감 쓰기 대회를 12월까지 전국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탁류'의 무대인 전북 군산에서 11월 9~13일 오페라 `탁류'를 공연한다. 또 내년 1월에는 그의 문학기념관을 개관키로 했다.
채만식의 문학세계는 흔히 `풍자(諷刺) 작가'라는 말에 집약돼 있다. `탁류'와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등에서 묘사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우리 고전소설의 판소리 기법이나 골계미로 표출한 작가라는 평이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에서 `채만식 문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는 김흥기 인덕대 교수는 “채만식은 풍자작가 혹은 세태ㆍ풍속소설가라는 좁은 면모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일제와 해방에 이은 근대사를 거부와 항거로 일관한 지절과 신념의 작가”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1924년 등단 이후 27년간 수많은 필명으로 100여 편의 소설과 31편의 희곡, 235편의 수필, 70편의 비평 외에도 시나리오, 방송극본과 가요까지 제작한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 대한 조명이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들었다.
채만식이 학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논문이 씌어진 문제작가이긴 하지만, 몇 작품 위주로만 연구가 이뤄져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조명하지 못하거나 해석상의 오류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풍자작가라는 면모만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의 소극적 긍정 내지는 부정의 니힐리즘에 침윤한 작가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종래의 논의에서 누락된 작품들을 재검토, 채만식을 일상적 문제들을 삶의 본질적 형식으로 파악하고 이를 미적 형식으로 반영하고자 한 실천적 작가이자 탁월한 심리소설가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포지엄에서는 젊은 평론가 우찬제 방민호 최성실씨와 소설가 성석제 한창훈씨 등이 채만식의 문학세계에 대한 심층적 발표와 토론을 할 예정이다.
채만식의 50주기를 계기로 문단에서는 우리 주요 작가들에 대한 일회성 추모행사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황현산 고려대 교수는 “이제 한국의 주요 작가 탄생 100주년, 사후 50주기가 줄줄이 도래한다”며 “이런 행사가 작가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현진건 김동인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일반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괴테나 랭보 등의 탄생 주기를 국민적으로 기념하는 외국의 경우와 너무 대비?된다. 황 교수는 “추모 문학제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작가를 다시금 살려내는 내실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