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없다.” 경기 시작전 양팀 코칭스태프는 공교롭게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속전속결로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싶은 현대나 분위기 전환을 노리던 삼성이나 3차전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하지만 집중력에서 밀린 삼성은 현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현대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0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서 재계라이벌 삼성을 4_1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었다.
공격의 집중력에서 양 팀의 명암이 엇갈렸다. 현대는 1회 1사후 `타격왕' 박종호가 빗맞은 중전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트자 곧바로 용병 카펜터가 우전안타를 때려내 1사 1,3루의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4번 박재홍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2아웃, 현대의 득점기회는 물거품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서 삼성 선발 가르시아로부터 솔로홈런을 빼앗았던 심재학이 13구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끝에 2타점 2루타로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1회말 반격기회에서 역전주자를 내보낸 삼성은 겨우 1점만 따라붙는 데 그쳤다. 1회 1사후 정경배가 몸에 맞는 볼, 이승엽이 볼넷을 얻어 만든 1사 1,2루서 프랑코가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려 1점을 쫓아갔다.
하지만 계속된 득점기회에서 김기태, 김한수가 각각 삼진과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는 5회에도 빠른 발과 집중력있는 안타로 1점을 더 도망갔다. 톱타자 전준호가 2사후 우전안타로 1루를 밟은 뒤 2루를 훔쳤고 박종호가 곧바로 적시타를 때려냈다.
반면 삼성은 4,6,7회 모두 1사후 2안타씩을 때려내고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6,7회에서 삼성은 1사후 터진 우전안타때 1루 주자가 무리하게 3루로 뛰다 현대 우익수 심재학의 빠른 송구에 걸려 아웃되면서 자멸했다.
현대 임선동은 5이닝을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버텨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렸다. 또 8회 조웅천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위재영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다.
/대구=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포커스
“뛰어주길 바랐는데 2루를 통과하고 있더라고요, 하하하.” 경기후 현대 우익수 심재학은 6,7회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삼성 1루 주자를 3루에서 거푸 잡은 것을 두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반면 플레이오프서 3전 전패를 당하며 벼랑끝에 내몰린 삼성 김용희 감독은 “미숙한 주루 플레이때문에 졌다”고 실토했다.
'주루플레이 하나도 큰 경기의 승부를 가른다'는 야구격언이 맞아 떨어진 한판이었다. 삼성은 1_3으로 뒤진 6,7회 2안타를 뽑아내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1사후 안타를 치고 나간 1루 주자가 다음 타자의 우전안타 때 무리하게 3루까지 뛰다 외야수의 송구에 걸려 아웃된 것. 히트앤드런 작전이 걸린 상황도 아닌데다 상대 우익수가 시속 14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렸던 `투수출신' 심재학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역시절 뜻밖의 주루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곧잘 찔렀던 이순철 삼성 3루코치도 이날따라 2번씩이나 주자를 2루에서 붙잡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열린 월드시리즈 역시 주루플레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뉴욕 메츠는 6회 토드 질의 2루타를 홈런으로 착각하고 한참을 구경하던 1루 주자 티모 페레스가 홈에서 아웃되는 바람에 선취득점 기회를 놓쳤다.
다음 이닝에서 뼈아픈 2점을 먼저 내준 메츠는 결국 연장 12회 끝내기안타를 얻어맞고 양키스에 첫 승을 헌납했다.
허술한 삼성 외야진은 1,8회 현대 1루주자 박종호를 3루까지 내보내며 주루플레이에서 압도당했다. 마운드와 타력에서 라이벌 현대에 밀리는 삼성은 마지막 남은 주루센스에서도 완패하고 말았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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