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프로야구에는 초대권같은 것 없느냐”고 묻곤 한다. 대답은 항상 똑같다. “초대권 같은 것은 없으니까 입장권을 구해서 가라”고 한다. 대뜸 “다른 프로종목에는 초대권이 있는데 프로야구는 뭐가 별쭝나다고 공짜표가 없느냐”고 반문할 땐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실제로 프로야구에는 공짜라는 게 없다. 1982년 출범한 이후 프로야구는 초지일관 공짜손님을 거절하고 있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박용민(전 OB 베어스 사장)씨는 공짜표는 프로스포츠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요소로 여겼다.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팔고 야구장에 입장하려면 손수 표를 구입해 주곤 했던 것은 야구계에 잘 알려진 일이다. 그의 지론은 이랬다. “야구인이든 야구팬이든, 제아무리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프로야구를 구경할 때는 모두가 똑같다. 공짜문화를 바꿔야 프로야구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고 주장하곤 했다.
요새 포스트시즌 경기가 한창인데 속된 말로 “나 몰라”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수년전에 스타플레이어출신 모씨는 '나 몰라'식으로 입장하려다 제지당하자 건방지다며 경비원을 폭행,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다.
박찬호(LA 다저스)가 17일 삼성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을 찾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초대한 게 아니라 자신이 구경하고 싶다며 온 것이었다. 의형제를 맺었다는 탤런트 박상원 차인표 등 일행 7명과 함께 중앙 본부석에 앉아서 관람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 박찬호와 그 일행은 당연히 공짜손님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박찬호일행은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왜냐면 그 자리는 기자들과 구단관계자들이 앉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표를 사서 지정석이나 일반석에 가는 게 이치다. 너무 야속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한국태생의 미국선수인 박찬호는 미국에 공짜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을 7명이나 대동하고 본부석에 앉은 것은 보기가 사나웠다.
또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면 왜 그리 야구인과 VIP가 많은 지 모르겠다. 근무도 하지 않는 사람이 구단직원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부분은 줄서서 표사기 싫어하는 부류들이다. `야구장쯤은 그냥 들어갈 수 있다'는 권위의식의 발로이자 `나는 너희들과 뭔가 다르다'는 과시일 수도 있다. 선수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게 입장권이다.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이 많으면 기업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요즘 관중감소로 프로야구는 위기다. 8개구단 구단주중 한명이라도 공짜가 아닌 유료로 경기를 관람하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