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등 우려론 대두2001년 1월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는 1998년 대외적으로 공표됐고 지난 9일 국회에서 법안까지 통과돼 시행은 이미 확정된 사안.
그럼에도 학계와 금융계 일각에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연기론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강행했다가 잘못되면 그 결과는 끔찍한 환란'이란 경고다.
최악의 타이밍, 최악의 시나리오 내년 1월 시행될 외환거래 자유화는 개인자금의 해외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골자. 돈의 이동장벽이 완전히 헐리게 된다.
현재 국내경제는 실물경기의 급속한 둔화, 경상수지 흑자기반 동요, 금융?기업구조조정과 금융시장 경색, 미국경기의 경(硬)착륙 가능성 및 국내증시 동반붕괴우려 등 환란이래 최대의 불안국면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자유화를 강행한다면 `외국인주식자금 이탈→환율폭등→국내자금 동반 해외도피→유동성위기→외환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기론자들의 주장이다.
연세대 김정식(金正湜) 교수는 “완전외환자유화는 경제안정과 자신감 없이는 안된다. 그러나 지금은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제적 비상상황이 벌어질 경우 90억달러의 외국인주식자금과 480억달러의 단기채무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국내자본의 동반해외도피(capital flight)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외환위기는 실물경제 악화 속에 외국자본이 먼저 빠져나가고, 뒤이어 국내자본이 수백억달러씩 해외로 도피하면서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도피 가능성 관건은 `개미(중산층)'자금, 합법적인 자금의 움직임이다. 큰 손이나 기업의 자금은 감시장치도 있고, 지금도 이미 빠져나가고 있지만 외환자유화로 개인소액자금은 새로운 탈출구를 찾은 셈이다.
수만~수십만달러 규모의 개인자금의 해외이동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세금 다 내고, 신고도 다 한 뒤 해외자녀 앞으로 몇만달러를 송금하고, 해외은행에 계좌를 열어 수십만달러를 예금하고, 해외여행에서 펑펑 쓸 사람이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묶여 있는 교포자금도 약 5조~10조원은 될 것”이라며 “국내경제가 불안하다면 이 돈은 언제라도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자유화 연기시 대외신뢰도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 전직 경제장관은 “외환자유화는 강제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단기자본규제를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세원(金世源) 교수는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
외환자유화를 예고했을 때는 증시도 좋고 달러 유입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부대책
정부대책은 도피나 탈세 목적의 변칙 외환거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거주자가 고액자금(금액 아직 미정)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송금할 경우 한국은행에 미리 신고해야 하며, 관련 자료는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기구(FIU)에 통보된다.
국세청은 자금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추적 과세하고, FIU는 검찰,경찰과 함께 불법자금 혐의가 있는 외환거래를 가려낸다. 해외예금과 신탁 등 자본거래는 국내 금융기관을 경유해야 하며 연 1회 예치 잔액을 한은에 신고해야 한다. 또 해외 부동산 취득은 한은 신고수리제 (준 허가제)가 유지된다.
그러나 출처증빙 절차를 마친 합법적 자금의 유출에 대해서는 정부도 규제방안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외환시장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출입자금일부를 한은에 무이자 에치하는'가변자본예치제(VDR)'▲자본거래 허가제 등의 비상안전장치를 발동한다는 방침이다.
유병렬기자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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