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분야서울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 간의 협력관계를 아시아ㆍ북미 또는 북미ㆍ유럽 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몇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우리 역사상 최대의 다자간 정상회의를 주도해 낸 것은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가시적 성과다. 한림대 김용호(金容浩ㆍ정치학) 교수는 21일 “한국 외교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와 유럽간 교류ㆍ협력'이라는 아셈의 본질적 목표 및 내용과 관련해서도 특기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서울 아셈이 한반도 문제, 보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의 국제적 진출을 다룬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尹德敏) 교수는 “아셈이 의장성명 이외에 별도의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가 앞다퉈 북한과의 수교 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남북간 대화ㆍ협력 분위기를 국제적으로 공고히 해주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어 “유럽 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내? 북관계의 진전, 인권 및 대량 살상무기 문제 등 3개 항을 걸림돌로 여겨 왔는데 서울 아셈을 계기로 이 3대 과제 해결을 위한 `환경 조성'이 이뤄졌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간 공동목표의 모호성, 지역주의와 세계화의 조화, 유럽연합(EU)에 상응하는 아시아 지역 리더십의 문제 등 `네살배기' 아셈이 안고 있는 쉽지 않은 숙제들을 풀어 나갈 몇몇 단초들도 마련했다. 김용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의 리더십 구축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공동보조가 중요한데 두 나라간의 강한 라이벌 의식은 상당한 장애 요인”이라면서 “여기서 `미들 파워'인 우리가 고리 역할을 한다면 이 공간을 메우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동국대 황태연(黃台淵) 교수는 서울 아셈에서도 장외 쟁점으로 부각된 `반 세계화'의 흐름과 관련,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노동자 계층, 약소국가의 생존권 문제”라며 “서울 아셈이 그런 측면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즉 아셈 의장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정보격차(digital divide)의 해소를 역설하고 반세계화 주장이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계된 것은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아셈 전체의 방향 설정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인종 문화 경제수준 등을 달리하는 두 대륙의 `합작'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윤덕민 교수는 “아셈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견제로, 또 유럽의 대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두 대륙 간 경제~? 이해관계 등 국익 절충의 과정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아셈은 당분간 정치적 `말 잔치'로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경제분야
21일 폐막한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는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컨벤션 산업이 고부가가치의 미래 지식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숙한 운영과 시설ㆍ전문인력 부족, 서비스 소홀과 관광 ㆍ쇼핑 연계 부족 등 문제점은 컨벤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우선 아셈이라는 대형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는 내년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국제회의 유치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엑스 윤승현 컨벤션팀장은 “아셈은 그동안 소외돼 왔던 국제회의 및 전시ㆍ이벤트 행사의 산업적 효과를 실감케 했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다른 국제행사 유치와 컨벤션산업이 활성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셈이후 연말까지 세계중소기업인대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가 잡혀있고, 내년 세계무역센터 서울총회와 월드컵 조추첨식 등 26차례 국제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또 2002년 세계축구협회총회 등 2008년까지 120여개 국제행사가 한국에서 열리고, 정부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해외로 나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컨벤션 산업은 그동안 투자부족 등으로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 한해 전세계에서 열리는 1만 여건의 회의 중 우리나라는 100개(1%)미만을 유치, 세계 35위에 머무르고 있다.
제일기획 컨벤션팀의 전용선 차장은 “컨벤션업은 어쨌든 사람을 모으는 사업으로 전시ㆍ 회의공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시설투자가 부족해 코엑스와 학여울 전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텔에서 소화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화경 세명대 교수(호텔경영학)는 “컨벤션 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무공해 산업인데다 이를 통해 세계의 기술과 마케팅 정보를 얻을 수있다”며 “아셈을 계기로 미국 유럽과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낙후된 컨벤션 산업에 새로운 관심과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NGO분야
국내ㆍ외 NGO대표들은 서울 아셈회의에 대해 “반(反) 세계화 운동이 전 세계 진보세력의 공동 화두라는 사실을 확인한 뜻깊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아셈2000민간포럼 정강자(여성민우회 상임의장) 공동집행위원장은 “2차 런던 아셈회의 때 보다 2배 이상 많은 300여명에 가까운 외국 진보세력이 한국 땅을 찾아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면서 “또 전과 달리 평화시위가 전개됐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 운동이 본 궤도에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대표 문정현(60)신부는 “서울 아셈회의는 `신자유주의'냐 `인간적 삶의 회복이냐'를 가리는 세계사 발전의 길목이 될 것”이라고 자리매김했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던 한국 NGO들이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자평도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최 열 사무총장은 “국제연대를 통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외국 NGO들도 분단국가로서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상학 대외협력실장은 “세계 양심세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모습에 더 없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국제연대는 더 커지고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셈2000민간포럼에서 탈퇴, 독자행동을 벌였던 인권운동 사랑방 박래군 정책기획실장은 “신자유주의 반대 흐름이 아셈 회의를 계기로 큰 판으로 결집됐다”면서도 “전략 부재와 관점의 차이로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행동화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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