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ㆍ아셈)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각자 다양한 개성과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그림을 즐겨 항상 백지와 연필을 갖고 다니는 태국의 추안 릭파이 총리는 19일 저녁 숙소 호텔 엘리베이터에 합승한 한복입은 여직원을 즉석에서 단 15초만에 스케치해 선사했다.
뜻밖에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아든 황모(32ㆍ여)씨는 “처음에 함께 탄 총리가 뚫어지게 쳐다봐 어쩔 줄 몰랐는데, 총리께서 빙긋이 웃으며 그림이 그려진 손바닥만한 흰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며 기뻐했다.
싱가포르 고촉통 총리는 실내 공기에 극도로 민감해 호텔측을 애태웠다. 총리가 좋아하는 `습도 70도'를 유지하기 위해 호텔측은 15일부터 실내 습도를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체크해야 했다.
고 총리는 또 인공 향을 무척 싫어해 직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객실에 싱싱한 생화를 나르기 바빴고, 그 덕분에 총리는 '꽃밭'에서 편안한 잠을 청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꽃알레르기가 심해 호텔측이 환영의 뜻으로 전한 꽃마저 총리 부인이 대신 받았다. 호텔측이 즉시 객실의 꽃을 모조리 치웠음은 물론이다.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은 회교 관례에 따라 대뜸 객실 문에 대고 큰절을 올려 호텔 직원들을 당황케 했다. 베트남 웬 만 컴 부총리를 모신 호텔 직원들은 “다른 정상들과 달리 객실에서 세탁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알뜰한 부총리 부인께서 밤새 직접 손빨래를 한 모양”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각국 정상들이 일정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도 서로들 달랐다.
핀란드 할로넨 대통령은 호텔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호텔측은 할로넨 대통령의 `달밤 수영'을 위해 수영장 개장시간을 2시간이나 연장했다.
사교성이 뛰어난 영국 블레어 총리는 공식일정도 모자란 듯 훌쩍 강북의 호텔을 벗어나 강남 숙소에 묵고있는 다른 정상들을 찾아나서 경호팀을 긴장시켰다.
중국 주룽지 총리는 객실에 들어서면서 호텔 직원에게 “한국이 참 편하다”는 말을 전한 뒤 바쁜 일정에 녹초가 된 듯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으며, 스웨덴 페르손 총리와 벨기에 루이 미셸 부총리 역시 독서를 즐기는 등 객실에서 조용히 저녁시간을 보냈다.
한편 모 호텔은 혼자 방한한 룩셈부르크 융커 총리를 위해 '한잔하고 주무시라'고 경주법주를 방에 밀어 넣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윤정민기자
quaj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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