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 투자에 나섰던 주부들 가운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갈 수록 폭락하는 주식값 때문이다.바닥인가 하면 더 내려가기 일쑤여서 사기에도 팔기에도 적절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쓰라린 가슴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좋은 소식은 없다. 축난 재산을 어떻게 하든 복구하려고 시도해 보지만 그때마다 손실만 늘어난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이 가슴 태우는 사이에 9월이 가고 10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투자 경험담은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어느 부인은 아이 키우며 살림만 하다가 주식에 손대면서 살아가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스스로 결정해서 산 주식이 매일 값이 오르내리는 동안 짜릿한 재미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없이 떨어지는 시황탓에 고민에 빠진 것이다. 여유재산으로 투자한 사람은 그런대로 참을 만하지만 빚으로 꾸려가던 사람들은 이른바 깡통차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남편 대신 집안의 재산관리를 맡은 주부들은 억척스럽게 재산증식에 노력해왔다. 땅, 아파트에 이어 주식투기까지 나서며 가족을 위해 이재 수단을 찾아나섰다. 그러다가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에 눈을 뜬 부인들이 사회문제의 한 가운데 들어서게 된 것이다.
19일자 본보 사회면 보도는 남편4? 몰래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날린 주부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한다. 심지어 가정불화와 이혼사태에 직면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주식투자는 결코 잘못이 아니다. 주식을 산 까닭에 가정이 파탄되고 사회불안이 조성된다면 심각한 일이다. 지나친 욕심에 따른 투기로 망했다면 개인 탓이지만 잘못된 경제정책과 신뢰의 상실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하루 빨리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해서 주식시장 살리기가 경제문제를 떠나 가정 안정을 꾀하는 문제가 됐는지 걱정이다. 월가의 충격이나 석유값 파동 또는 반도체값 하락 등에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가 주식시장의 바탕이 되는 것을 생각해서 증권부인의 심한 고통을 정책담당자가 덜어줘야 한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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