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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모모세 타다시 VS 제프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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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모모세 타다시 VS 제프리 존스

입력
2000.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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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안되는 이유' VS '한국이 두렵다'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9만명. 최근 한국인의 장단점에 대한 책을 펴낸 외국인인 모모세 타다시 전 도멘 한국지점장과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만났다. 30년간 일본 상사 한국주재원으로 일한 경험과 20년간 한국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한 경험으로 한국인의 문제점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모세 타다시(百瀨 格) 1938년 일본 군마(群馬)현에서 태어나 군마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뒤 도멘종합상사에 입사, 1968Xm 도멘 한국지점에 발령나 30년 넘게 한국 주재원으로 일했다.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1997년) `한국이 변했다,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나' (2000년 9월)등을 펴냈다. 지난해 무역회사인 가마쿠라(鎌倉)인터내셔널을 창업했다.

제프리 존스 1952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태어났으며 브리검영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72년 선교사로 2년간 마산에서 살았다. 1978~79년 베이커앤맥킨지 도쿄(東京)지사, 1980년부터 김&장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1998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이인숙(李仁淑ㆍ29)씨와 결혼했으며 9월 에세이집 `나는 한국이 두렵다' 를 펴냈다.

_ 두 분이 혹시 서로 아십니까

▦존스 = 모모세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셔서 저는 사장님을 아는데요. 사장님의 책을 보면 한국 사람에 대한 의견이 저와 다르지요. 안그래도 오늘 선생님과 토론하려고 왔어요.

▦모모세 = 아, 그래요? 이거 걱정됩니다.(웃음)

_ 존스씨는 한국인의 단점으로 지적되온 성급함을 장점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존스 =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서 몇 초만 늦으면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이전에는 우리 한국인의 `빨리빨리'근성이 단점이었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그렇지 않아요. 정보를 빨리 얻으면 이기니까요.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은 너무 잘 사니까 변화하기 힘들어요. 일본 유럽 어디도 한국처럼 인터넷과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이 없잖아요. 저는 한국인들이 2025년이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한국인이 두렵지요.

▦모모세 = 그런 점도 있겠네요. 하지만 완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라도 누군가는 결정을 빨리 해줘야 하잖아요. 미국 기업에서는 아랫 사람이라도 결정 권한이 있지만 한국, 일본에서는 최고경영자가 결정하기까지 여러 단계에 시간도 많이 걸리지요. 그런 것은 벤처기업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한국의 경영자들이 일본보다 젊다는 점은 좀 다르지만.

▦존스 = 일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은 벤처기업이 대접을 못받아요. 하지만 한Gm 에서는 초등학생도 벤처기업 사장이 되는 게 꿈일 정도로 대접받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사장 봐요. 한국에서 손 사장을 대단하게 평가하지만 일본에서는 안 그래요. 그래서 손 사장이 은행을 인수하려고 했잖아요. 일본인은 큰 조직을 좋아해서 벤처기업은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IMF를 겪고도 벤처기업이 7,000개나 생겼어요.

▦타다시 = 물론 한국과 비교해 그런 점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미국이 20~30년 전부터 벤처기업이 클 만한 인프라를 갖춰온 반면 일본은 5년도 안됐어요. 금융 지원이나 벤처기업을 평가할 시스템도 없었지요.

▦존스 = 한국에 바뀌어야 할 점도 많지요. 준법 정신이요. 한국 사람들, 특히 기업은 법을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다툼이 생겼을 때 `법대로 하자'는 말이 한국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 4?아닌가요?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그런 건 일본에서 배워야 돼요.

▦타다시 = 맞아요. 사업을 하다 보면 한국사람들은 “왜 법을 지키느냐” 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 한국인, 특히 기업이 준법정신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한국 경제 시스템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존스 = 유통, 제조 분야가 눈에 보이는 경제라면 금융은 눈에 안 보이는 경제입니다. 몸으로 치면 유통ㆍ제조는 팔 다리이고 금융은 심장입니다. 한국경제의 팔 다리는 아주 잘 돌아가는데 심장이 아파서 피인 현찰이 제대로 돌지 않아요. 은행은 대출 안해주고 사채시장은 얼어붙고 주가는 폭락했지요. 금융시장을 바로잡으려면 기업이 법을 지켜서 경제가 예측가능해야해요. 정부나 은행이나 국민이나 자료를 갖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신용평가를 하고 싶어도 기업들이 제대로 정보를 주지않습니다. 투명성이 없는 거지요. 이런 현실을 바로 잡으려면 법 안지키는 기업인 몇 사람만 구속시키면 돼요. (웃음) 미국에서는 증권법 위반하면 10년 이상 감옥에서 살아야 합니다. 얼마 전 방한한 한 미국 기업인이 “미국에서 사업하는 것은 홀딱 벗고 뛰는 것같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투명하다는 이야기지요.

▦타다시 = 대신 미국에서는 분기마다 이익을 내야 하니까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하지요. 하지만 주주를 생각해서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은 한국이 본4?받아야 해요.

▦존스 = 모든 기업들이 그 경영 실적에 따라서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민주주의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실한 기업을 자꾸만 생명연장해 주면 안돼요. 경영자들이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타다시 = 일본 기업들도 주주들 고려하면서 경영합니다. 한국처럼 가족들끼리 큰 지분을 갖고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지는 않아요. 한국은 조선, 반도체, 자동차등 산업기반이 없는 게 없는 대단한 나라에요. 북한, 대륙과도 가깝고요. 이런 산업 인프라를 가졌는데도 외국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깨달아야 해요.

_ 요즘 해외 여행과 과소비가 느는 등 위기를 금방 잊어버린 분위기인데요. 한국인들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다시 = 한국사람의 건망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예는 올림픽 이후예요. 올림픽을 치른 후 한국사회가 목표를 잃어버렸어요. 아시아 대표로 G8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한국의 언론ㆍ학자들이 자꾸 한국을 미국, 일본과 비교해 `잘못됐다'며 열등감만 가지게 하지 말았으면 해요. 한국인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하는 한국인을 저는 보지 못했어요. 한국은 다른 나라가 100년 걸려 만든 제철소를 30년만에 만든 나랍니다. 자부심을 가져야해요.

▦존스 = 88올림픽이 끝났을 때 솔직히 놀랐어요. 온 나라가 그것만 기대하고 에너지를 쏟았었는데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한국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바빴기 때문에 그렇게 잘 잊고 여유가 없이 사는 것일까요?. 저는 우리 한국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안정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면 `다음에는 이런 특혜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밀어부치게 되잖아요. 제도가 10년, 2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여유가 없어진 겁니다.

-20년 이상 한국에 사셨는데 이렇게 오래 사는 이유는 뭔가요.

▦타다시 = 살기좋기 때문이지요. 한국도 이젠 외국인들이 어울려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일본인으로 최근의 변한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끼는데요. 20~30년전에는 3·1절, 광복절에 거리를 다니기 불편했는데 이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다녀도 될 정도로 한국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일본에 대해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존스 = 저는 이곳말고 갈 때가 없어요. (웃음)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나라가 됐어요. 지난 주에 서울에서 칠레 대사를 만났는데 3시간 짜리 미팅 때문에 지구 반대쪽에서 하루 걸려 왔더군요. “솔직히 미국에게 한국이 칠레보다 중요한 거 안다”고 하더군요. 중국,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이 흔들리면 아시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중요한 나라가 됐습니다. 자신을 가지십시오.

진행 노향란기자 ranhr@hk.co.kr

정리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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