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종교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부쩍 늘었다. 젊은 종교학자들은 최근 `당대비평' 가을호의 특집 `권력으로서의 한국종교'에서 권력화한 기성 종교를 비판하면서 종교비평에 대한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최근 발간된 무크지 `인물과 사상' 16호 전체를 종교 논의와 비판에 할애하고 있다.강 교수는 `종교는 영원한 성역인가'라는 머리말에서 “과거처럼 계속 종교를 성역으로 간주하는 한 한국사회에는 희망이 없다”며 언론, 학자, 시민운동단체가 언종유착과 권종유착의 고리를 깨는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한국기독교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제목 아래 교회의 기복장사, 맹목적 승리주의, 그릇된 십일조 관행, 성장주의 신화, 담임목사직 세습, 사회봉사의 외면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책에는 또한 불교 바로세우기 재가연대 시민사회국장인 정웅기씨의 불교에 관한 자기성찰적 비판도 실려있다. 정씨는 조계종 폭력사태, 건축불사 열풍으로 대변되는 물량주의, 패거리화하는 문중제도 등을 비판하면서 “불교 전반에 잔존한 전근대성과 세속화를 솔직히 드러내고 이를 혁파해나가자”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대형교회 목회자 세습에 대한 기독교? 자체 비판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16일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대형교회 담임목사 세습 문제와 대응방안'이란 포럼에서도 김동호 목사와 김명용 장신대 교수 등은 세습으로 상징되는 얼룩진 교회를 본격적으로 쇄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월간 `기독교사상' 최근호에서도 신국원 총신대 교수는 교회의 성장주의가 통속적 경영 마인드가 깔린 미국 교회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며 독자적이고 성숙한 교회문화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또한 당대비평 가을호에서 장석만 이진구 조현범 김종찬씨 등 종교학자들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종교비평의 활성화를 촉구한 바 있다.
학계의 활발한 종교비판은 그 동안의 비평 부재로 인해 한국종교의 고질적 문제들이 은폐되고 급기야는 종교가 세속권력화하는 경향마저 보이는데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종교문제에 대해 침묵해왔던 지식인의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대형교회 목회자 세습 파문 등이 도화선이 된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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