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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셈의 아침'에 주목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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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셈의 아침'에 주목해야 할 일

입력
200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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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파도에 춤추지 않고 깊은 역사의 흐름을 감지하려는 사람들에게 2000년 10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서울 개최는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외교 올림픽', `단군의 건국 이후 최대의 외교 행사'가 열리는 아침에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과거를 돌이켜보면 1996년과 98년 각각 방콕과 런던에서 열렸던 ASEM 회의는 아시아와 유럽의 25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과 모임이 지속되었다는 것으로 역사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회의는 세 번째 만남이다. 처음과 두 번째에 당연히 부과되는 역사적 의미에선 이미 멀어졌다. 구체적인 성과의 도출 여부에 따라 서울회의는 ASEM 과정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더불어 기존에 추진해 오던 대북 포용정책의 성공에 대한 국제적 공인과 지지를 도출해 내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4?단기적 행사의 성공을 넘어서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양 지역간에 실질적 다리를 놓는 사회·문화적 쟁점들이 더욱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외교적 이유로 공식 논의되지는 못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은 잠재적으로 반미적이거나 적어도 미국을 견제하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언어적 ·문화적· 지적 헤게모니를 극복하여 진정한 세계의 다극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교육분야 교류 프로그램은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양 지역의 학생, 교사, 교수들은

상호 방문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다. 게다가 수 천년 동안의 문명의 중심이 되어왔던 양 지역의 교류는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여는 문화적 다양성을 창출해 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로 ASEM 서울 회의는 시장 중심 세계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진다. 사실 ASEM은 경제적 자유화만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APEC과는 달리 정치적, 사회·문화적 차원을 포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디지털 디바이드 사업은

정보통신사회의 부상을 맞아 부국과 빈국, 부자와 빈자 사이의 정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요한 사업이다.

또한 공식적 ASEM 정상회의와 동시에 개최되는 민간포럼은 기존의 세계화 또는 시장 개방의 일방적 논리에 사회적 고려를 포함시키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 국가들은 시장의 원칙만이 지배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사회 복지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럽이 아시아에 줄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은 크다고 하겠다.

바로 이런 이유로 ASEM은 국가 정상과 관료들의 모임일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노동세력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다른 전문화된 국제기구와는 달리 ASEM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문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회의 개최국, 의장국으로서 어느 정도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야겠지만 민주·인권국가로서 아시아 지역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부 권위주의적 아시아 국가들은 민주주의나 인권, 사회복지 등을 ASEM 과정에 포함하는데 부정적이지만 오히려 이런 논의는 개인의 노벨상을 국가적으로 빛내고 서울회의를 역사에 남도록 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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