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절실하게 사랑하면 이럴 것이다. 스물아홉살의 여자 애련(이미연)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를 위해, 운동화를 신고 시계를 보곤 한다. 그가 좋아한다는 비디오를 혼자 본다. 생일날 그가 불어주는 색소폰 소리에 감동한다. 꽃을 보내고, 가난한 그에게 휴대폰까지 사주고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를 지켜보는 일이 그의 행복이다.불행하게도 남자는 여자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애인이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여자는 뒤늦게 발견한 사랑을 놓칠 수 없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수가 되고 싶어 애쓰는 그를 위해 음반회사를 하는 선배에게 몰래 부탁해 취입하게 한다. 그녀가 찾아오는 것을 남자가 거부하자 그의 집에 몰래들어가 청소도 하고 냉장고에 그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도 넣어놓고 옷장을 뒤져 그의 옷도 입어본다.
그럴수록 기겁하는 남자. 스토킹에 가까운 여자의 집착을 모멸스럽게 거부한다. 그럴수록 여자는 집착한다. 논리적인 설득도 소용없다. 남자의 애인을 찾아가 “당신은 동석씨 (최우제)가 아니라도 되잖아요. 난 이 사람이라야 해요. 제발 떠나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여자의 해바라기 사랑은 애처롭지도 안타깝지 않다.
여자는 갑자기 `미저리' 의 여주인공처럼 정신병적인 집착과 광기를 드러낸다. 어항의 물고기를 잔인하게 죽이고, 남자의 애인을 찾아가 끔찍한 자해와 공포적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다 또 갑자기 여자는 감성적인 자세로 돌아온다. 지쳐서 끝내고 싶다고. 사랑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말하며 세상을 버린다.
'물고기자리' (감독 김형태)는 적당히 도시적이고 감각적이다. 영화는 `정사'처럼 생활의 냄새를 싹 지워버린 팬시 상품 같은 공간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드러낸다. 그런 정물화적 풍경을 깨는 것은 상투적이고 어색한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 심리들이다. 이따금 어색한 남자의 표정이나, 슬픈 영화 속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여자의 강박이 감성을 리듬을 흔들어 버린다.
그 흔들림은 애련의 극단적 감정변화로 더 커진다. 갈등과 긴장을 위해 `광기' 란 스릴러적 요소를 집어 넣었겠지만 그것이 관객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주인공과 검정교류를 했던 관객들조차 영화에서 떨어져 나오게 하면서 마지막 비극적 결말에 대한 공감을 방해한다. 감정에도 리듬이 있고, 흐름이 있다. 그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온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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