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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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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외규장각도서 반환협상 이대로는 안된다

입력
200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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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9월 미테랑대통령이 외규장각도서 반환을 약속한지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셈 회의에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정부는 이 문제를 단락지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하였다. 즉 이 문제를 2001년까지 매듭짓기로 하되, 일차로 국내에 부본조차 없는 어람용 유일본 64책을 필두로 하여 191종 297책을 전부 가져오되 국내에 있는 동종의 비어람용 의궤들을 그 수만큼 프랑스에 주기로 했다고 한다. 1991년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서울대팀의 한사람으로 상황이 이렇게 된데 대해 긴급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첫째, 이 교류 방식은 본래의 뜻과는 전혀 배치되는 것으로 재고를 요망한다. 이것은 약탈당한 우리것을 찾아오기 위해 우리것을 다시 내주는 형상이며, 따라서 저쪽의 약탈행위 자체를 정당화해주는 결과가 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종래의 '등가등량교환'의 원칙이란 말 대신 '교류와 대여'의 원칙이라고 말을 바꾸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자 그대로이다. 그간 이 협상이 꼬인 것은 프랑스측이 미테랑 대통령 방문 직후부터 '등가등량교환'의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미테랑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교류 방식이었다는 주장아래 나온 것인데, 요점은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도서4?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한국측이 동일한 값어치의 물건을 그만한 분량으로 갔다 놓고 가져가란 뜻이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똑같은 원칙을 '교류와 대여'란 이름으로 일괄 처리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부심에 큰 상처를 남길 것이므로 재고를 요망치 않을 수 없다. 미테랑 대통령이 만약 이런 뜻으로 반환을 약속했다면, 국빈대접을 받는 자리에서 일국의 대통령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프랑스측은 그후 돌려주지 않기 위해 '등가등량교환'의 원칙을 내세웠던 것인데 이제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굴종적으로 받아올 이유가 없다.

둘째, 진정한 협상의 진전을 위해 현재의 단일 협상대표 체제를 재고하기 바란다. 현안은 원래 주무부처인 양국 외무부, 외무성이 관장하였다. 그러나 '등가교환' 원칙 이후 진전이 없자 민간인 전문가 협상체제가 제안되었다. 특히 우리 외무부는 잦은 인사교체로 협상업무가 일관성을 잃고 있어 이 안은 수용할만 한 것이었다. 단 관련자들은 모두 복수의 전문가들로 협상팀이 구성될 것을 기대했다. 이 문제는 역사, 문화재, 국제법, 국제관계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전문가로는 감당키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정은 1인대표제로 났고, 양측 대표가 몇차례 만나 내놓은 결과는 프랑스측 입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형태가 되었다. 이 문제는 우리로서는 국가적, 국민적 자부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지를 모아도 부족할판인데 1인협상체제로 결과가 이런 꼴이 되었으니 한탄스럽다.

셋째, 미테랑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바란다. 나는 그의 발언의 진의는 영구임대 방식에 의한 교류였던 것으로 알고 믿고 있다. 프랑슴? 는 이 위치로 되돌아가주기를 바란다. 프랑스가 약탈 문화재 부국이기때문에 한국에 외규장각도서를 돌려주었다고 소문이 났을 때 지게 될 부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을 바보취급하는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영구임대 방식은 이런 곤경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지혜이다. 1980년대 초 영국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약탈문화재를 이집트에 돌려줄 때, 영국측 소유권의 법적 명분을 지켜주면서 실질적으로 이집트에 반환되는 방안으로 이 방식이 취해졌다. 이 정도라면 우리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협상팀을 새로 구성하자는 얘기이다. 9년전 서울대가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는 결코 우리것을 찾아오기 위해 우리것을 주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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