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시행 '2단계 외환자유화'내년 1월부터 시행될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에 대해 정부는 `자유화는 하되 자유화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는 아주 역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완전히 풀자니 해외 자본도피와 외환시장 교란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대외적인 자유화 약속을 철회할 수도 없고, 결국 `해외 자본도피의 의욕을 꺾을 만큼 규제를 까다롭게 하는 선'에서 외환자유화 조치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달라지나
2단계 외환자유화는 마지막 외환 규제지대였던 `개인들의 나가는 돈'까지도 완전히 풀어놓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한국은 자본이동의 국경이 완전히 허물어진 나라가 된다.
우선 해외 여행경비(1만달러), 증여 송금(건당 5,000달러), 해외 이주비(4인가족 100만달러) 등 규제가 완전히 해제돼 합법적 자금이라면 얼마든지 외국으로 가져나갈 수 있다.
해외예금이나 해외신탁, 해외 증권투자 등 자산운용제한도 없어져, 개인들도 `국제적 포트폴리오'가 가능해진다. 외국인 역시 국내에서 돈을 단기예금이나 장외 증권 취득에 굴릴 수도 있게 된다.
▼자본도피 차단장치
외환자유화에 따른 국내자금의 대거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전.사후 감시장치들이 마련됐다.
우선 1만달러이상 직접 갖고 나갈 때에는 세관에 신고해야 하고, 세관은 명단을 국세청에 통보한다. 고액자금(금액 미정)을 해외로 송금하려면 한국은행에 사전보고해야 한다.
돈을 해외 은행에 예치하거나 해외증권에 투자하려면 원칙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을 경유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해외에서 직접 예치.투자하려면 한은에 신고토록 함으로써 돈의 움직임을 노출시켰다. 아울러 해외예금이 얼마나 있는지 한은에 매년 1번씩 보고토록 했다.
무역거래를 위장한 기업들의 불법 재산 반출을 막기 위해 수입 관련 서류는 국세?관세청에 통보되고, 1만달러를 넘는 로열티.해외광고료.급여 지급등도 국세청에 알리도록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불법 혐의거래는 내년 발족될 금융정보분석기구(FIU)에 자동통보되고, 국세청 관세청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을 통한 입체적 감시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논란
불법 재산 도피는 규제와 감시로 막으면 되지만, 문제는 합법적 재산도피다. 떳떳하게 벌고 세금을 다 낸 돈이라면 얼마든지 해외로 나갈 수 있다.
국내경제의 불안정, 종합 과세시행, 예금 부분보장제등과 맞물려 `국내는 귀찮고 불안하다'는 자금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날 경우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환란'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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