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 e-북(전자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메세센터에서 109개국, 6,791개 출판사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52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세계 최고(最古)를 자랑하는 이번 도서전에서 새 시대의 상징처럼 돼버린 e-북이 참가 출판사와 관람객들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주최측은 아예 이번 도서전의 주제를 e-북을 겨냥해 `새로운 책, 새로운 서점, 새로운 직업(New Books, New Shops, New Jobs)'으로 정했다. 로렌조 루돌프 조직위원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도서전에 참가하는 4개 출판업체 중에서 1개 업체는 CD롬이나 온라인 출판물을 갖고 나왔을 정도로 요즘 e-북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며 “새로운 미디어의 출판과 판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고용창출 효과가 파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최측은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e-북 상(賞)'을 제정, 최고의 e-북을 출품한 업체에게 10만 달러를 주기로 하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e-북의 열기는 행사장인 메세센터 4번홀에 마련된 e-북 전시장에서 쉽게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40여개의 세계적인 e-북 업체가 참가한 행사장에는 이날 하룻동안에만 무려 4만여~m 의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바로 윗층에 마련된 예술서적 전시장이 비교적 한산한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이곳에 부스를 마련, `미운 아기오리'`태권 넷'등을 출품한 와이즈북닷컴은 이날 터키와 프랑스 출판업자로부터 각 3,000달러씩의 판권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오재혁 사장은 “다른 업체들이 텍스트위주의 e-북을 출품한 것과는 달리, 멀티미디어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 점이 구매자들의 발길을 잡은 것 같다”며 23일까지 계속될 이번 도서전에서 30만 달러의 판매고를 자신했다. 현지 헤럴드 트리뷴 TV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에 이어 와이즈북닷컴을 취재, 눈길을 끌었다.
올해 출품된 e-북의 가장 큰 특징은 내용물을 휴대용 단말기로 보는 e-북이 거의 자취를 감춘 대신, 인터넷을 통해 내용물을 다운로드하는 온라인 형태의 e-북이 행사장을 장악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사도 6개 대형 PC를 통해 온라인 형태의 e-북 시스템인 `마이크로소프트 리더(Reader)'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e-북의 열기가 양적인 측면에서만 강조된 것일 뿐, 질적으로는 오히려 지난 해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비판도 많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온라인 형태의 e-북이 마치 CD롬에 담긴 평면적인 멀티미디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나춘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요즘 e-북의 의미는 자신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책의 이미지를 무시한 채 정보통신업체가 주도하는 요즘의 e-북은 머지않아 커다란 벽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라져가는 中전통 그릴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오싱젠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 프랑스 작가 가오싱젠(오른쪽)이 18일 오후 2시 컨벤션센터에서 40여분 동안 기자회견을 가졌다. 가오싱젠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시켰던 일기쓰기는 내 문학적 소양의 기반이 됐다”며 “이제 문학은 나에게 삶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시대는 점점 전통이 사라져가는 시대”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중국의 전통과 고통을 되살리고 그려내는 것이 앞으로 내 작업의 커다란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도서전의 `초대국가'로 선정된 폴란드에 대해서는 “폴란드는 공산주의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정서적으로 유사성이 많은 나라”라며 “폴란드 출신의 작가와 요즘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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