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을 두고 어떤 이들은 `그때는 왜 말할 수 없었냐'며 시비를 걸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라도'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현대사의 미스터리를 실증적으로 천착해 온 다큐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22일 `고문-끝나지 않은 전쟁'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6월 25일 시작 당시, 방송가는 뜻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 정국에서 애써 준비한 대형 기획물을 취소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00사단의 사라진 작전명령서' `일급비밀 미국의 세균전'등 6ㆍ25특집의 구태의연한 냉전적 시각을 뛰어 넘고, 갑작스런 정국 변화도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이후에도 `어둠속의 외침-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9월 24일) `94년 한반도 전쟁위기'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여 금기시되던 소재들이 계속 다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녹화사업의 희생자들-군대가서 죽은 아들아'(7월 23일)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전태일과 그 후'(9월 3일) 등 개발독재의 그늘에 가린 인권과 사회정의에도 부단한 관심을 보였다.
아쉬움도 남는다. 가해자의 억지에 대한 가차없는 추적 대신 일방적인 하소연과 변명만이 오가기도 했다. 회고성 다큐멘터리가 치열한 분qm 과 논쟁을 대신하기도 했다. 가해자에 대한 취재가 극히 어려웠던 탓도 있다. 제작진이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끝내 좌절된 인사들의 목록에는 역대 대통령, 총리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7%. 일요일 밤 11시 30분이라는 부담스러운 시간대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몰입도와 관심의 정도는 어느 프로그램보다 뜨거웠다. 북파 공작원 문제와 납북자 문제 등 최근의 이슈까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를 넘어 현대사에 대한 `청문회의 장'이 되길 원했다.
MBC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종영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초 15편으로 계획되어 예정대로 종영하는 것이지만 “믿을 수 없다. 어느쪽 외압에 의한 것이냐”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그만큼 역사 이면의 진실에 목말랐던 것이다.
현재의 이 시간대에는 풍자성을 가미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제는…'이 과연 내년에도 만들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다룰 아이템은 산적해 있고, 방영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뜨겁다. 남은 것은 MBC의 의지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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