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에 공자 바람이 불어닥칠까. 도올 김용옥의 KBS 논어 강의의 교재 인 `도올 논어1'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자 관련 책이 잇달아 출간돼 마치 `공자 붐'이라도 조성될듯한 분위기다. `공자의 철학'(차이 런호우 지음) `현대인의 논어'(이혁준 편저) `주희가 집주한 논어'(정후수 역) 등이 최근에 선보인 책들이다.그러나 대중적 흡인력에서 김씨의 `도올 논어1'은 단연 돋보인다. 공자를 보는 시각도 파격적이다. 여타의 책들이 논어나 공자에 대한 해설서라면, 김씨의 책은 `공자 죽이기'라 해도 좋을 만큼 기존의 공자상과 단절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책의 서문 격인 124쪽에 달하는 `공자의 생애와 사상'은 김씨가 보는 공자상의 결집이다. 그는 `노자와 21세기'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자기과시적 수사나 장광설을 절제하면서, 공자를 둘러싼 고금의 해석체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들며 번득이는 통찰력으로 공자의 삶과 사상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간다.
김씨가 우리 앞에 새롭게 제시한 공자란 어떤 사람인가? 사(士)의 잔치에서 내쫓겨나는 천민 출신, 무사 아버지와 무당 어머니의 야합(野合)으로 탄생한 사생아 `공 짱구'였다. 무당인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 굿과 가무에 능통했던 공자는 요즘으로 qm 면 `재즈의 달인'이었다. 상황적인 감성의 달인이었다는 것이다. 공자를 규범적 정치윤리의 창시자로 보는 일반적 시각과 갈라서는 대목이다.
김씨가 파악하기에 상례(喪禮)를 주관하던 무당의 자식인 공자가 가지는 위대성은 그가 `죽음의 문화'에서 현세적 삶의 가치와 존재의미를 묻는 `삶의 문화'로, `샤먼적 충동'에서 `도덕적 인격의 구현'으로 문명사적인 도약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그 열쇠는 바로 `미지의 세계로의 열림'을 의미하는 `학(學)'이었다고 김씨는 밝힌다.
이러한 이해는 국가종교 혹은 윤리적 도그마로 고착화하고 형해화한 유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유교가 인의(仁義)만을 중시하는 도적주의적 사상으로 고착화한 것은 공자라는 거목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의 어린 제자 증자(曾子) 때문이라며 가차없이 몰아부친다. 공자에 있어 학(學)의 대상이었던 예(禮)가 불변의 윤리적 규범이 아니라, 삶의 상황적 질서였다고 주장하는 도올은 결론적으로 공자 사상은 선(禪)이라고 선언한다. `논어'는 정연한 윤리의 체계가 아니라, 무한한 선적 깨달음에 이르는 계발의 단서일 뿐이라는 것이다. 21세기 사상의 대안으로 노자를 제시했던 그가 왜 다시 공자를 들고 나왔는지 분명해진다. 노장사상의 연장으로 공자의 사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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