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TV 토론사상 최고의 혼전을 벌이고 있는 올 미국 대선을 3주일 앞두고 승부의 향방을 가름할 제3차 TV토론회가 17일 오후8시(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의료개혁분야를 비롯, 교육, 감세, 외교, 군사, 중동분쟁 문제등에서 90분 동안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앞서 열린 두 번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공영 TV인 PBS의 명앵커 짐 레러의 사회로 진행됐으나 두 후보가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무작위로 추출한 청중들앞에 둘러 앉아 이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후보끼리 토론도 벌이는 공회당 공청회 형식을 취했다.
토론회는 2차토론회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고어 부통령의 공세에 부시 주지사가 방어하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16일 비행기추락사고로 숨진 멜 캐나한 미주리 주지사에 대한 추도묵념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고어후보가 '과거로 회귀한 텍사스의 현실'을 들먹이며 공격을 퍼붓자 부시후보가 '싸움만 일삼는 워싱턴정치에 물든 낭비벽환자'라고 맞받는 등 난타전이었다.
두 후보는 첫 번째 질문인 의료보장제에서부터 얼굴을 붉혔다. 고어후보가 "궁극적으로는 국민개(槪)보험제도가 도입돼야한다"고 제시하자 부시는 클린턴행정부가 1994년에 시행하려다 실패에 그친 의료개혁사업을 지적하고 "국민개보험에 단연 반대하며 연방정부가 소비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치받았다. 연방정부의 재정문제에 대해 부시가 "클린턴집권이후 연방정부의 지출이 매년 확대되는 바람에 이제 재원이 고갈될 위험에 처했다"고 공세를 펴자 고어는 부시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부시측의 감세정책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중동사태와 관련, 부시는 "분쟁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입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제는 지도자의 분명한 비전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어는 월남전에 대해 비판의식이 높던 시절에 월남전에 참전했던 점과 상,하원시절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을 거론하며 외교국방분야에 대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지난 토론회에서 신뢰도에 큰 문제가 제기된 점을 의식한 듯 고어후보는 "나는 진정으로 내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는 말로 토론을 마쳤고 부시후보는 "정쟁으로 물든 워싱턴에 새 바람을 불어넣자"고 호소했다.
한편 토론회종료 직후 주요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고어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승자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CNN방송에서는 고어후보가 46%대 44%로 부시후보를 눌렀고 CBS-TV에서도 45%대40%로 고어가 앞섰다. 그러나 ABC-TV에서는 똑같이 41%로 무승부를 기록, 주요방송집계에서 고어가 2대1로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AP통신이 고교와 대학의 토론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어는 150점 만점에 121점, 부시는 117점을 받았다.
이날 최근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던 고어후보가 판정승을 거둠에 따라 올 대선은 막판까지 승부를 점치기 힘든 백중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토론 누가 더 잘했나
고어 46:44 부시
3차토론회는 앞서 열린 2차례의 토론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의식한 두 후보가 신중하게 몸조심을 펴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승부는 '경직성'과 '과장벽'이라는 흠결극복에 진일보한 성공을 거둔 앨 고어후보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승자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CNN방송의 조사에서는 고어 후보가 46%대 44%로 부시 후보를 눌렀고 CBS-TV에서도 45%대 40%로 고어 후보가 앞섰다. 다만 ABC-TV에서는 두 후보가 똑같은 41%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3차례의 토론회결과는 전반적으로 1, 3차토론회에서 우세한 고어후보가 2승1패로 앞선 셈이다.
고어 후보가 3차토론회에서 우세승을 거두긴 했으나 토론회에 대한 세부적 여론조사에서는 앞서의 토론회당시 지적됐던 '정책표현력에서는 고어, 후보호감도는 부시'라는 패턴이 그대로 반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CNN조사에 따르면 호감도에서는 부시가 60%, 고어 31%였으며 표현능력에서는 고어 57%, 부시 33%였다. 그러나 후보신뢰도에서는 부시 52%, 고어 41%로 나타나 고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경력과 정책과장으로 인한 신뢰도실추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고어는 부시후보에게 직접 질문공세를 펴려다 '규정위반'이라고 지적당하는 등 저돌적으로 나온 반면 부시 후보는 직접적인 맞상대보다는 정책 홍보에 주력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워싱턴=윤승용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