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이 점차 거세지면서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를 몰아냈던 1986년의 `피플 파워' 운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불법 도박업자로부터 83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난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해 18일 헤르헤손 알바레스 라카스-NUCD당 사무총장이 이끄는 야당 의원들은 하원에 탄핵안을 제출했다.
탄핵안에는 41명의 하원의원과 26개 시민그룹이 서명했다. 탄핵안은 총 217석 하원 의석중 최소 3분의 1인 73명의 동의를 얻어 승인된 뒤 다시 상원 23석중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확정된다. 때문에 하원및 상원의 다수당 LAMP당을 이끄는 에스트라다가 합법적인 탄핵을 받을 가능성은 아직 적으며, 탄핵안 확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야당측은 이미 퇴진 지지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국민들의 압력에 못이겨 에스트라다가 사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마닐라 에서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마카티 비즈니스 구역을 가득 메운채 `피플 파워'의 상징인 노란색 깃발을 흔들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17일 “대통령이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서 즉각 사임을 촉구하고 “탄핵 절차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며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가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 겸직하고 있던 사회복지장관을 사임, 에스트라다와 거리를 둔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은 이날 아예 야당의 편으로 돌아서 야당 연합전선을 이끌 것이라고 선언해 에스트라다 정권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경제 분석가들도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 경제가 이번 스캔들로 외국투자가들의 신뢰를 상실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소화는 이번주 사상 최저인 달러당 49페소까지 하락했고, 주가는 계속 폭락하고 있는데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필리핀 경제가 정치혼란과 맞물려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같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불법도박 자금을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하며 “적법한 절차 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임 주장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윤정 기자 y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