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술은 따로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다. 술은 골프를 망치게 하지만 술 없이 골프의 대미를 장식할 수는 없다. 라운드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지나치게 신경이 곤두선 골퍼들이 긴장을 풀기 위해 맥주 한 캔이나 위스키 한 잔 정도 마시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체적으로 골프 전에 음주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아 평소의 샷을 날릴 수 없다. 다리는 흔들려 균형잡기가 어렵고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판단력이 흐려짐은 물론 자만이나 아집, 독단에 빠지기도 쉽다.
긴장을 풀기 위한 한 잔이라 해도 초반 몇 홀이라면 모를까 시간이 지날 수록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약물과 운동선수(Drugs and the Athlete)'라는 책을 쓴 미국의 개리 웨들러 박사에 따르면 맥주 한 캔이나 포도주 한 잔, 또는 이 보다 독한 술을 스트레이트 잔으로 한 잔 마셨을 때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일단 혈중 알코올농도가 상승되면서 알코올이 간에까지 도달하게 되면 균형감각과 집중력이 상실되고 신경체계의 활동이 둔화된다.
웨들러 박사는 “사실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마셨느냐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지만 일단 알코올이 혈중에 퍼지면 길게는 14시간 동안 선수의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라운드 전 음주는 백해무익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라운드가 끝나고 마시는 한잔의 술은 골프의 대미를 장식하는 감로주 역할을 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찬 맥주나 짜릿한 위스키 한 잔은 라운드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풀어준다.
동반자들의 우의를 확인시켜주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매일 맥주를 2~3캔 정도 마시면 심장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는 마당에 라운드 후 한 잔은 빠뜨릴 수 없는 골프의 즐거움이다.
프로골퍼 중에 술을 좋아한 사람으로 미국의 월터 하겐(Walter Hagen)이 꼽힌다. 경기 전날에도 긴장감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밤새 술을 마셔대기 일쑤인 그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1924년 US PGA선수권대회에서도 술에 취해 출전해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시상식 후 귀가 길에 술이 너무 취해 우승트로피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 다음해 빈손으로 US PGA선수권 대회장에 나타난 그는 “친구 집에 두고 깜박 잊어버렸는데…뭐 어차피 내가 또 우승할테니까.”라고 얼버무렸다.
주최측은 새 우승트로피를 만들었는데 월터 하겐은 새로 만든 우승트로피는 차지하지 못했다.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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