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한 모퉁이에 오랜만에 천막이 쳐졌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들이닥쳐 새만금간척사업 강행을 막기 위해 18일로 사흘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 이미 지난달 전주시 객사 앞에서 농성을 했던 이들은 앞으로 사업계획이 중단될 때까지 1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이에 맞서 농업기반공사와 전북도, 부안군도 홍보물을 제작해 지역주민과 언론기관 등에 집중적으로 살포하며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방위 공세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학술단체 명의로 사업 타당성을 알리는 광고가 나와 자금출처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공방은 이렇듯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양측은 이미 사업계획이 발표된 1996년부터 소모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정작 정부과천청사는 조용하다.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을 몇차례나 지나친 후에도 어느부처 하나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할 중앙부처는 3~4개에 달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수질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원론을 반복하고 있고, 해양수산부는 갯벌이 지닌 수산물생산가치만 들고 나오고, 농림부는 식량생산량을 따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도 `소관사항'을 넘?어 사업전체의 타당성에 대한 주장을 펴지는 않는다. 훗날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 싫다는 것인지, 여론의 흐름을 더 보겠다는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국토가 개조되고 생태계가 바뀌는 대규모 간척사업마저 `눈치행정'으로 결정하겠다는 말인가?
정정화 사회부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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