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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10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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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100조 돌파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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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가계 대출금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계 대출금은 지난해 1월 55조원이었다가 올 1월 8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8월말 현재(말잔) 100조3,364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대출금은 주로 주택구입 자금, 사업자금 , 증시 투자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며 “증시 침체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대출금 `상환 불능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집계 중이나 제2금융권,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으로부터 빌린 개인 대출금까지 합할 경우 8월말 현재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 신용(빚)은 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H은행 강남지점 김모(46)지점장은 “개인들이 대출해갈 때 주택자금 이외에는 명목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며 “그러나 고객들과 상담한 결과 대출자금 중 최소한 20% 이상이 증시 투자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C은행 서초지점 이모(42)지점장은 “고객들 가운데는 지난해 제2금융권으로부터 수천만원씩 대출받아 증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상환금을 갚기 위해 이자가 싼 은행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무작정 대출받았다가 제 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은행의 총대출금 대비 연체율은 6월말 2.82%에서 8월말 3.88%로 증가했다. 한빛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1.86%, 2.65%(6월말)에서 2.88%, 3.36%(8월말)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신용불량거래자'로 낙인찍히는 개인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235만995명으로 불어난 신용불량거래자 가운데 올 3월 소액불량거래자 44만여명을 사면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는 상반기 중 236만743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대출금의 만기가 닥쳤을 때 상환을 3개월 이상(1,500만원 이상은 6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거래자로 지정되고 있다.

올해초 월 10~20명선으로 줄어들었던 개인파산자 숫자 역시 최근 월 25~35명 선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특히 현재 `준 부도'상태의 개인이 수십만명에 달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융ㆍ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돼 고정적인 수입이 끊길 경우 파산을 선언하는 개인이 크게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4)씨는 “샐러리맨 월급으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 주식투자 붐이 일 때 주택과 고향 토지 등을 담보로 2억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는데 5,000여만원 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월 이자만 170만원 선에 달하고 있으나 부동산도 잘 처분이 되지 않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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