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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폭락' 무너지는 가정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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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폭락' 무너지는 가정경제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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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1토막' 실직.. 이혼.. 도피주식시장의 연이은 폭락사태로 이른바 `개미군단'들이 더 이상 감당키 어려운 피해를 입으면서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회사원들은 은행 빚을 갚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고, 남편 몰래 투자했다 수천만원을 날린 주부들은 이혼위기에 내몰리는 등 후유증이 심각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주식투자 손실로 인해 이혼을 하거나, 회사를 퇴직하고 해외로 도피ㆍ잠적하는 사태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정모(40)씨는 올해 8월부터 1억6,000만원을 투자, 데이트레이딩에 매달리다 투자전액을 날리고 심한 우울증으로 당분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 신촌세브란스병원 민성길(정신과)교수는 “요즘 거액의 주식투자손실로 불안, 초조, 위장병 등 심신 이상 증세를 호소해 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 이들 중 일부는 본격적인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정 붕괴 사례도 주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내지 않았지만 주식투자로 인한 가정불화를 상담해오는 사례가 지난해에 비해 최소한 2배이상”이라며 “실제 이혼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그룹 계열사인 D사에 다니던 김모(34)씨는 3억여원의 빚을 지고 회사공금 4,000만원에까지 손댔다 결국 필리핀으로 도피하는 신세가 됐고, 당연히 가정은 파탄났다. 이모(38)씨는 “부업을 위해 은행대출로 챙겨둔 6,000만원을 빼내 아내가 나 몰래 주식에 투자했다 5,000만원을 날리고 이혼 직전까지 간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주가폭락으로 6,000만원의 은행빚을 진 엄모(37ㆍ회사원)씨는 “혼자 속앓이를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빚을 갚은 뒤 이민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허탈해 했다.

맞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았던 회사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식품회사에 다니는 지모(37)씨는 “맞보증 대출을 갚지 못해 매일 서로에게 전화해 근황을 물어보는 직원들이 상당수”라며 “일부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직사회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일선관청에 이르기까지 3,000만~5,000만원 가량 투자를 했다 `깡통'을 차게 된 공무원들은 부지기수. 서울 S구청에 근무하는 S(38)씨는 “무리하게 투자했다 1억원 이상을 빚진 일부 공무원들은 호떡장사 등 부업을 하거나 아예 사직서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사이버 공간에도 `10분의 1토막'이나 `지상2층 지하10층(한번 떨어지니 바닥이 없다는 뜻)'이란 말이 횡행하는 등, 연일 돈을 날린 개미들의 울분과 아우성으로 뒤덮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들어 주식에 투자한 개미군단의 98%가 돈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가정불화와 사직, 이혼, 우울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는 등 `개미경제'의 붕괴가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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