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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별자리와 고대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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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별자리와 고대문명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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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역사과학관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복사품이 전시돼 있다. 1395년 권 근(權 近)이 고구려 λ천문도를 본떠 만든 석각천문도를 1995년 복원한 것이다. 가로 123㎝×세로 210㎝ 크기의 이 천문도에는 북두칠성 등 290개의 별자리에 1,469개의 별이 새겨져 있고, 적도와 북극 원, 은하수까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하단부에는 평양성이 함락될 때 강물에 빠진 고구려 천문도 탁본을 토대로 일부 달라진 별자리를 수정보완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그렇다면 고구려는 어떻게 이런 정확한 천문도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학자들은 “대동강에 빠졌다는 천문도 원본을 찾지 못해 짐작하기 어렵지만, 고구려 고분의 별자리 그림을 보면 고구려 천문학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구려 벽화고분 95기 가운데 22기의 천장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무용총의 경우 벽면에 고인의 영생을 상징하는 사신도와 일월, 천장에 여름 밤 남쪽하늘에서 관측되는 남두육성을 비롯한 26수의 별자리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고구려인의 독특한 천문사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 공개된 기토라 고분 천문도가 고구려인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된 일이 있다. 7세기 고분 천장에 그려진 천문도의 동쌈성 서쌈성 보? 자리가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똑같고, 관측지점이 평양과 같은 북위 39~40도로 밝혀진 점이 그 근거다. 평양천문대에서 관측한 것으로 추정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세계 최고인 중국 순우천문도(順祐天文圖ㆍ1247년)에 없는 별자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고분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특징인 사신도가 그려졌다는 점도 근거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달된 고구려 천문학의 뿌리는 어딘가. 일단의 학자들은 지금 고인돌에서 나온 돌판에 새겨진 별자리 그림에서 이 문제를 풀려 하고 있다. 서울교대 이용복 교수 등은 78년 대청댐 수몰지역인 청원군 문의면 아득이 마을 고인돌에서 나온 돌판에 팬 65개의 구멍이 북두칠성 주변 별자리임을 확인, 20일 천문학회 학술발표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대구시 동내동과 각산동 민가 마당에 있는 고인돌에서도 북두칠성 별자리가 확인됐다. 전설 속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고조선 문명의 실체를 밝혀줄 연구결과가 기다려진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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