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 당정회의서 정부질책수도권 신도시 개발문제를 논의한 18일의 건교 당정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과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김윤기(金允起) 건교장관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제기한 비판의 초점은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과밀해소 원칙에 역행한다는 정책적 측면과 당정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절차상의 문제 두 곳에 모아졌다.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판교 인근 성남 수정 출신인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왜 하필 수도권에 신도시 건설인가”라며 “경기도가 서울의 쓰레기 하치장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분당 사람들이 성남 수정 주민을 우습게 본다는 말까지 있는데 또 신도시를 만들면 구도시는 아예 없어질 판”이라며 “내 지역을 개발하면서 여당 의원에게 귀띔조차 안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지금 판교쪽에는 부동산 매물이 나왔던 것이 다 들어가고 땅값이 뛰고 난리가 났다”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신중을 당부하고 시민단체도 반대하는 것을 왜 하려 드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김덕배(金德培) 의원은 “당이나 지역자치단체와 협의도 없이, 해당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앞으로 이런 식의 발표는 하지 말라”고 가세했다.
이해찬 정책위의장 역시 “김 대통령이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지시했는데 (대통령이) 어떤 정책도 그렇게 강조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건교부정책이 국가정책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의장은 또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계획 발표와 관련, “형식은 국토연구원 발표인데 내용은 건교부의 입김이 실린 것”이라며 “정공법이 아닌 변형된 방법을 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정부는 솔직하고 당당한 방법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며 “언론이나 여론에 쫓기지 말고, 졸속 결정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윤기 장관은 의원들의 거듭된 질책에 “국토정책연구원 발표 당시 당정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전제했음에도 이 부분이 언론보도에서 빠졌다”고 변명했다.
한편 정책자료집을 통해 소규모 신도시 건설의 타당성을 주장했던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반대 일색'인 분위기 때문인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회의 중간에 자리를 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난감한 건교부 "아직 결론 안났다"
건설교통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이 여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직면해 난항을 겪고 있다. 건교부도 애초 반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졸속'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자 당혹스런 눈치다.
건교부는 18일 당정협의에서도 당의 일방적인 비판에 `할 말을 다 못했다'며 아직 속단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강길부(姜吉夫) 차관은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신도시 유보'니, `재검토' 니 하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억제 대책과 연계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가까운 시일내 다시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건교부의 신도시 개발 의지는 강하다. 핵심은 판교다. 건교부는 판교 250만 평에 대해 신도시 개발 이외의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 차관은 “판교에 대한 건축제한조치가 올 연말이면 종료되는데, 그냥 놔두면 용인과 같은 난개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난개발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다고 계속 건축제한조치를 연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1년간 연장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것.
아무튼 판교에 대해 신도시 개발을 할지, 아니면 건축제한조치를 풀지, 연장할지를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결정해야 한다. 건교부는 추가 당정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께는 신도시 개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여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어떤 결론이 날지 전망이 쉽지 않다. 건설업계도 업체 규모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업체들은 `호재'로 받아들이는 반면, 나머지 업체는 `그림의 떡'으로 보는 듯하다. 규모에 따라 경기 차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당의 반대이유 중 핵심은 수도권 과밀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바꾸어 말하면 국토 균형개발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교통대책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신도시가 수도권 과밀화의 원인이 아니고 결과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과밀화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 등 다른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균형개발 문제도 지방 개발에 대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여당과 건교부가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 대책을 마련중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과밀해소 대책과 지방 균형발전 대책을 신도시 개발 방침과 동시에 발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정간에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 신도시 건설을 유보하고, 우선 판교지역에 대한 건축제한조치를 1년간 연장할 수도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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