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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뒤통수 치지 않는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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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뒤통수 치지 않는다는 믿음'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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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극복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노벨평화상까지.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남은 임기중 그 이상 더 큰 뉴스들을 만들어 내기는 힘들 것 같다. 통일은 김 대통령 스스로 20~30년 후의 일로 상정하고 있으니 논외로 치고.그러나 김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아직도 길이 멀다. 수치 상으로는 환란을 극복했다고 하나 경제상황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상황과 무관할 수 없는 민심은 바닥을 긴 지 오래고 흉흉한 민심을 자양분 삼아 지역적ㆍ계층적 갈등과 증오는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경제가 힘들면 김 대통령의 최대 치적인 남북관계의 진전도 난관에 봉착한다. 그동안의 남북관계 진전이 정책의 일관성 외에 남측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물질적 수단에 힘 입은 바 큰데 `내 코가 석자'이면 북측에 나눠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경제가 핵심적인 키인 것 같으나 뜯어 보면 정치의 변수가 훨씬 중요하다. 국내외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시장의 불안이 경제위기의 핵심인데 확고한 정책적 의지와 비전으로 이같은 시장의 불안을 가시게 할 수 있는 힘은 안정된 정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국정 기조를 밝히는 자리에서 `여야간 화합의 정치'를 강조한 것qm 핵심을 짚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정치의 역학상 화합의 정치는 쉽지 않다. 화합은 상생을 전제로 하지만 정치 게임에서 서로 이익을 보는 틀을 짜기는 구조적으로 힘들다. 쉽게 얘기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면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당선 가능성은 낮아진다. 역으로 김 대통령이 추진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경제 개혁 등의 주요 정책들이 실패하면 이회창 총재는 대선에 훨씬 쉬운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야당에 줄 화합 조치도 현실적으로는 마땅한 것이 없다. 현재 한나라당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선거사범 처리결과다. 고발 건수는 여대야소인데 기소 건수는 여소야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당내에 강ㆍ온파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대통령과 검찰을 규탄하고 있다. 그외 한빛은행 불법대출 및 신용보증기금 보증 외압사건 등 가연성 높은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한나라당이 자민련과 손잡고 이 쟁점들을 무기 삼아 대여 공세를 펼치면 경제 개혁을 뒷받침할 법안이나 대북 정책, 내년도 예산처리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다. 이같은 불확실성의 증대는 결국 시장의 불안을 가속화하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대통령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지혜와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은 김 대통령이 난제들을 풀어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다수의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정치 안정을 이룰 수 없고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풀어갈 수 없다. 돌아선 야당의 마음을 여는 출발점은 신뢰구축이다. 정치 게임의 공정한 룰을 정립하?고 비열한 수단으로 뒤통수를 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믿게 하는 것이다.

다수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회창 총재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 있다. 경제 개혁과 남북관계 개선 등 국가의 명운과 관계된 정책 방향에서는 초당적 협력 자세를 견지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여기에도 지혜와 정치력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화합의 정치는 결코 혼자할 수 없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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