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족한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는 인권과 정의가 부당한 공권력에 짓밟힌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되집는 과업을 수행한다. 지난 시대의 아픈 상처를 헤집는 수술인 동시에,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정 정의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국민적 합의다. 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다.길게는 30여년이 지난 의문의 죽음, 그것도 대부분 독재시대 공권력이 은밀하게 자행한 범죄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일은 어려운 과업이다. 구시대의 잔재가 사회 인습과 제도속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현실은 기대를 한층 낮추게 한다. 비록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한 위원회이지만, 정보기관과 경찰ㆍ검찰ㆍ군 등 폐쇄적 특수기관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는 숱한 장애와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그러나 의문사 규명은 우리 사회 모두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오직 남은 가족ㆍ친지들의 해원(解怨)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과, 은밀한 범죄를 자행한 자들의 기억과 양심에 새겨진 상처까지 치유하기 위한 대화합 작업인 것이다. 조사 대상자와 기관들이 스스로 과거를 반성하고 청산한다는 자세를4? 갖고 적극 협조해야 할 역사적 당위성을 깨닫기를 당부한다.
과거청산이 반드시 처벌과 응징일 필요는 없다. 우리보다 훨씬 극악한 독재의 인명말살을 경험한 남미 칠레는 의문사 진상규명과 사죄(謝罪), 그리고 용서를 통해 국민화합을 이뤘다. 그 첫 단계인 진상규명 작업이 의혹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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