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조주는 의사들의 날카로운 메슨가요? 정자 은행에서 똑똑한 사람들의 정자를 팔고, 난자도 팔고…” 자신이 생명복제술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절규다.극단 예우의 2인극 `낫씽'은 오만한 생명 과학에게 띄우는 경고장이다. 번들거리는 금속성의 무대에서는 임은연과 임대일의 이인극이 펼쳐진다. 욕망의 대가로 생긴, 원치 않는 생명의 문제를 다룬 연극이다.
과학 문명에 대한 야유로, 자칫 차가와 질수도 있는 무대에 인간적 온기가 우러 나오는 데에는 임의 열연 덕이 크다. 핀조명 아래서 퍼붓는 독백에는 칼날이 살아 있다. 첫 나체 연기도 마다 않았다. 연습 막바지인 공연 10일 전, 작가 최송림, 연출 박병모 등과 열띤 토론끝에 내려진 나체 연기다. “대가 쎈 말띠(35세) 처자라서 그런가요?”
제목은 무슨 뜻일까? “우린 살인자일?뿐, 아무 것도 아니었어. 우린 없는 거야. 무(無)” 절망의 독백끝에 종지부를 찍뜻, 여자는 내뱉는다. “낫씽(nothing)!”이 연극은 체온을 메스로 짓이기는 차가운 과학에 대한 통첩이다. 특히 디스토피아의 절정을 보여 주는 종지부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돌아 서서 옷을 모두 벗고, 여인은 벽에 파여?진 홈 속으로 들어 간다. “똑똑한 사람들의 정자를 뒷거래로 사고 파는 세상”에 대한 절망이고 야유다. 몸에 꼭끼는 홈 속으로 들어간 임은연에게서 관객은 관(棺)속으로 들어 간 주검을 본다. 영화 `어글리'에서 처럼.
지난해 11월 추락 사고로 6개월 동안 뇌진탕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다 이 작품을 각색, 연출 작업에 40일을 받친 극단 대표 박병모씨의 의지도 곁들여진 무대다. 지금도 어디선가 인간복제를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를 현대 과학에 퍼붓는 저주다.
11월 5일까지 까망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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