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봉기로 축출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잔존 세력들이 유고 권력의 핵심 요직을 고수해 민주화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과거 군부, 경찰, 금융계, 언론계 등에서 밀로셰비치에게 충성을 바쳤던 이들은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높아가는 사퇴 여론에 맞서 여전히 버티고 있다.
밀로셰비치에 의해 임명된 네보이사 파브코비치 군 참모총장과 군 정보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라데 마르코비치 장군, 주요 경찰 간부들이 대표적이다.
파브코비치는 민주화개혁 세력과 세르비아 공화국의 밀로셰비치 지지세력이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한 16일 마치 흙탕물을 끼얹듯이 “경찰 일부 조직이 불법적으로 구성됐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밀로셰비치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해외은닉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보르카 부치치도 사퇴압력을 거부하고 무장 경호원까지 고용하면서 중앙은행장의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밀로셰비치 통치의 한 축이었던 국영 언론사 책임자들중 대부분은 시민봉기 당시 축출됐지만 일부는 국영 신문과 방송사 운영을 맡고 있는 비상위원회 위원으로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찰 조직은 친 밀로셰비치 세력과 친 코슈투니차 세력으로 나뉘어져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 주말 축구경기장 난동으로 40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공권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밀로셰비치 잔존세력의 저항 때문에 유고 국민 대다수들은 아직도 민주화 개혁이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 정치분석가 브라티슬라브 그루바치치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밀로셰비치는 혼란을 계속 부추겨 사람들이 민주화 세력에 등을 돌리게 하려는 것 같다“면서 “혼란이 생기면 사람들이 다시 과거의 철권통치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밀로셰비치를 처벌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밀로셰비치에 의해 임명된 이들 구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밀로셰비치 잔존세력은 16일 연방 정부 각료 중 한 자리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아직도 위세가 당당하다.
민주화 세력의 주요 지도자인 조란 진지치 민주당 당수는 “밀로셰비치가 아직도 자신의 심복들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면서 “밀로셰비치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고립시키고, 그가 대통령 재임시 저질렀던 불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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