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규제를 위한 최초의 국제협상이 뜨겁다.세계보건기구(WHO) 191개 회원국들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흡연의 부정적 영향을 세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흡연규제기본협약(FCTC)' 본협상에 들어갔다.
WHO가 표방한 흡연규제협약의 시행시기는 2003년부터다.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담배산업 규제를 비롯한 각종 흡연억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 협약이 체결될 경우 공중보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최초의 국제조약이 된다.
WHO가 금연 협약을 추진한 것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실상 유일한 `합법상품'인 담배의 폐해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제네바의 유엔회관 입구에 8초에 한명씩 발생하는 흡연 관련 사망자수를 표시하는 `죽음의 시계'를 가동시킨 WHO는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매년 1,000만명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다룰 주요 의제는 ▦담배소비세 인상 ▦담배 광고 전면 금지 ▦담배 이름에 순한(mild), 가벼운(light) 등의 문구 사용금지 ▦담배 밀수 및 위조 금지 ▦청소년 담배판매 금지 ▦공공장소 흡연규제 등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안건들이 한결같이 국가별 이해는 물론이고 담배제조회사, 재배업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진통이 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쟁점은 담배세 인상 문제. WHO는 담배세를 10% 올리면 세계 흡연인구를 4,200만명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세우며 “세금인상이 담배소비 감소의 첩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초 재배와 담배 세입으로 정부 재정을 충당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들은 세율 인상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연초재배 농가의 수입격감을 상쇄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22개국 3,500만명의 농민을 대표하는 국제담배재배협회와 필립 모리스 등 다국적 담배제조회사들은 금연조약을 `선택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가별 입장도 제각각이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은 기본 협약안에 세부적인 규제내용을 명시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기본 원칙만 정하고 세부 절차와 시행은 회원국 정부에 위임하자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금연운동 비정부기구(NGO)들은 미일 양국이 필립 모리스와 일본담배회사(JT) 등 다국적 담배회사들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견이 분분하자 WHO도 협약 체결을 유도하기 위해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WHO는 가장 좋은 목표는 세계 흡연자수를 현재의 12억명에서 2020년까지 8억명으로 줄이는 것이라며 흡연자가 이 정도로 줄어도 담배 시장은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담배회사의 유엔 로비를 폭로, 담배 업계와 전면전을 선언한 WHO는 12일부터 이틀간 담배제조회사와 금연운동단체 등 관련 당사자가 모두 참석한 공청회를 여는 등 금연협약 체결을 위한 명분을 쌓아왔다. WHO의 입장은 인터넷 홈페이지(www.who.int)에 자세하게 수록돼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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